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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슨날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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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순 [elsie] 쪽지 캡슐

2000-03-20 ㅣ No.873

 

 

 

아침 일찍 새벽미사에 갔다. 사실은 쬐끔 늦었기때문에 신부님께 죄송시러웠다.

 

하지만 요한이를 데리고 용감하게 앞쪽 자리에 가 앉았다.

 

새벽미사가 끝나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그때부터 과의 전쟁이 시작된것이었다.

 

일이 많았지만 우리는 즐거웠다.(정말로)

 

글라라가 1분 간격으로 우리를 웃겨 주었기때문에 우리는 힘든줄 모르고 모든 준비를

 

순조롭게 할 수 있었다. 정말 모든 것이 잘 될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 완벽한 준비를

 

해 놓았으므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아침의 주방은 우리만 쓸 수 있는곳이 아니었다.

 

여러팀이 들락거리며 국물을 내고 뜨거운 물도 끓여 가곤 했다.

 

11시가 가까워지며 주방이 한가해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열심히 열씸히 일했다.

 

이상했다. 집에서는 5인분 이상의 국수를 만들어 본적이 없는 내가 겁도 없이 500명분의

 

국수를 만들다니. 물론 혼자는 아니지만.(우리 국수팀은 5명이었다)

 

우리는 자신들이 대견했고 자신감에 차있었고 머리를 써서 편리하게 일 할 수 있도록

 

책상 배치도 해 놓았다. 11시 미사가 끝나고 국수를 팔기 시작했다. 재밌었다.

 

국수도 많이 많이 만들어서 담아 준비해 놓았고 국물도 커다란 통(정말 크다)으로 세통

 

준비했는데 그중 두통은 이미 뜨겁게 데워 놓았고(세번째 통은 가스레인지 부족으로

 

대기중이었다) 국수도 이제 마지막 박스를 뜯어 삶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때 우리는 공격 당했는데.........으.....................................

 

아. 비. 규. 환을 경험해 보았는가? 우리는 경험해 보았다.

 

300명 이상 되는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들어(주방까지 꽉 차게) 제 각기 요구사항을

 

말하는걸 목격해 봤는지. 뜨거운 국물 두통은 이미 동이 난 상태였고 세번째 통은 아직

 

더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곳에 기다림이란 낱말은 행방불명 된 상태였고 우리는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그들 자신이 해결하려 했다.

 

힘들었다.

 

그리고 정말 미안했다.

 

제대로 된 국수를 드시지 못한분들에게 정말 죄송했다. 조금만 정말 조금만 차례를 지키고

 

기다렸다면 모든 문제는 잘 해결되고 맛있는 국수도 대접할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질서가 무슨 뜻인지 꼭 가르쳐야겠다고.

 

그리고 우리는 인해전술에 대해 좀더 공부해야 했었다.(예를 들면 5~6명이15분 가량동안

 

몇백명을 상대하는 방법이라든가 뭐 그런거)

 

그런데 불가사의 한건 평소에 인자하고 온화하신 우리 성당의 어른들이 한순간에 그렇게

 

무서운 집단으로 변모 할 수 있는건지.(어휴 그순간엔 정말 무서웠다.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한분 한분 모두 좋은분들이다.(제가 쫌 후환이 두려워서)

 

...................................................................................

 

밖에서 일했던 분들은 정말 추웠죠?

 

지금까지 저의 얘기는 따뜻한곳에서 일했던 엘리사벳의 복터진 얘기였습니다.

 

한가지 슬픈건(슬프지도 않지만) 요한이가 하루종일 쫄쫄 굶었다는 사실이다.(어디를

 

싸돌아 다녔는지 원) 먹을땐 안오고 설겆이 할 땐 나타나고. 나도 내가 아들이 있는지

 

뭐가 있는지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요한 아빠가 알면 쫒겨나니 함구해 주세용.

 

주임 신부님이 주신 사탕과 보좌 신부님이 주신 피로회복제(이름 밝히면 안되나요?)와

 

많은분들의 격려의 말씀이 우리의 피로를 풀어 주었다.

 

(그러니까 이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되는 소리 안되는 소리 끄적이나?)

 

아무튼 나도 병이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바로 튀어 나가지만 찬물에 넣어 서서히 온도를 가열해

 

끓이면 기분 좋게 헤엄치다 죽는다던데.(이것은 죄에 대한 경고였던가?)

 

나도 이제 서서히 중독되어 가는 것 같다.(무엇에? 게시판에)

 

안보면 궁금해지고. 또 보면 나도 쓰게 되고.(쓸 땐 나와 컴퓨터만 존재하니 이 글을

 

누가 보게 될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 이것이 문제다)

 

오늘은 아무래도 내가 피곤한 것 같다. 내가 지금 뭔 글을 썼는지 이 시간에 잠은 왜

 

안자는지 모르겠다. 정신차리고 빨리 자야겠다.(정신차리고 잔다고? 그것두 이상하다)

 

모르겠다. 이젠 나도 컴퓨터를 끊어야겠다.  오늘의 횡설수설 - 이상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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