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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놀리아-우리 삶을 가능케 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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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DDALGI] 쪽지 캡슐

2000-04-19 ㅣ No.1098

과연 3시간을 내내 집중하면서 볼수 있을까? 의구심까지 챙겨먹구 열심히 눈과

귀를 동원해서 영화시작을 지켜봤습니다. 초반에 정신없이 세가지의 교묘하게

꼬인 얘기들이 획획지나가는가 했더니만 영화가 제게 묻더군요.."당신이 방금본

얘기들.. 과연 이것이 그냥 우연일까요? 어떻게 이런우연이 있을수 있을까요?"

참 난해하더군요.’세상에 이런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참 세상엔 별일이

다있구나하며 웃고 지나칠뿐인 대분분의 한사람중의 하나인 저두 꿀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말도 못한채 영화가 풀어나가는 해답에 귀를 기울였답니다.

 

영화의 중심축은 이제 죽음을 눈앞에둔 두명의 노인입니다. 암이 온몸에 퍼져서

죽어가고 있는 이들의 마음이 무거운 것은 단지 다가오는 죽음이 두려워서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바로... 그들이 죽는 순간에서야

되돌아본 그들의 삶때문이었죠. 이제 떠난다고 생각하니 후회되는 그것,.,.

거기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연의 고리들이 하나씩 피어나갑니다. 영화의

시작부에 빠른화면으로 화알짝 피었던 목련꽃마냥.. 일상적인 그러나 ’영화보다

극적인’ 여러사람들의 애증과 상처가 그려집니다.

 

한줄기의 처음에 있는 죽어가는 얼은 이제는 기억까지 가물거려 생각도 흐리지만

그가 온 영혼을 다해 사랑했던 아내와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그녀를 저버리고

어린아들과 함께 죽어가게 만들어버린 자신에 대한 뒤늦은 질책을 가슴깊이 참회

속에 과거의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버려진 아들.. 불쌍하게 죽어간

어머니 등...이들의 고리를 연결해주는 자리에 간병인 필이있습니다.

또 한고리의 중심은 30년 장수 프로그램이자 영화전체를 이끌어나가는 퀴즈쑈의

사회자 지미입니다. 그역시 목전에 다다른 죽음을 죽음을 생각하니 후회되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자신도 이제는 기억조차 흐릿한 자신의 과오.. 바로

어린딸을 더럽힌거죠,. 부정할수 없는 그의 과거가 그의 덜미를 잡습니다. 그의

딸은 가출한뒤로 마약과 매춘속에 자신을 굴리면서 자신의 과거를 벗어나려하지만..

그녀의 불안정한 눈동자는 애처롭기만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화해의 고리에

직장에서 왕따당하는 경찰관이 있습니다. 또하나 퀴즈쑈와 맞물려 30년전

퀴즈왕과 지금의 어린퀴즈왕이 등장하죠.

 

이렇게 서로 얽혀진 이들이 구구절절 토해내는 그들의 상처를 보고있자니 참

인생은 얄굿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상처는 공교롭게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얻어진 상처이기 때문이죠. 가장 사랑해야할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하고 부모의 등쌀에 못이겨 퀴즈왕의 자리를 버겁게

짊어지고 있는 어린 퀴즈소년하며.. 그렇게 자라났을 천재소년은 모두에게

무시당하는 무능력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기대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죽음을 생각합니다. "사랑이라 믿었던것이 이젠

아픔이 되었네.. 후회만 남아있네.." 그런데 아이러니한것은 그 상처를 감싸안고

극복하는것 역시 사랑이란겁니다.그렇게나 증오했던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터뜨리는

오열..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필의 선한눈.. 과오를 뉘우치고 사랑하는 얼을

따르려했던 젊은 아내.. 상처받은 딸을 안는 어머니.. 그녀를 미소짓게하는 어리

숙한 경찰..

 

우리의 삶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것은 아무도 알수 없습니다. 그들의 상처와

사랑으로인한 극복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떨어지는 개구리우박을 보고있자면 그들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다할지라도 모두 인간이기에 서로 부대끼고 힘겨워하는

것일뿐 결국에는 서로를 의지하고 또다시 걸어나가야할 인간일수밖에 없다는걸

알게됩니다. 짧은 생을 살았지만 저역시 돌아본다면 가장 힘들었던것도 가장 행복

했던것도 다 부대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녔나 싶습니다. 왜냐 내가 생을 사랑하고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서로의 애증에 부딪히며 상처를 받았고... 그래도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것은 한치앞도 알수없는. 하늘에서 개구리를 뿌리며 비웃어도

어쩔수 없는 우리의 삶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으로인해 상처받지만 그래도

다시 사랑으로 극복해가는 우리의 인생... 그러기에 후회없이 이순간을 더욱 사랑하며

살아야하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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