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어느 마을에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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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만 [1004mjm] 쪽지 캡슐

2001-05-30 ㅣ No.6269

당신은 어느 마을에 살고 있나요?

 

지금까지 나는 여러 마을에 살아 보았습니다.

각 마을마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싫어’마을에 살았었습니다.

이 마을은 무슨 말만하면 싫어, 짜증난다고 말합니다.

이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고

말에는 가시가 늘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더 깊고 날카로운 가시를 만들어 찌르기 위해 열심입니다.

 

’무뚝뚝’마을에도 살았었습니다.

월세로 1년 정도 살았었습니다.

이 동네는 얼굴 표정도 없고 대답고 희미합니다.

이 동네 사람들의 얼굴은 화가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크게 폭발을 하면 집안 가구들이 박살이 납니다.

 

30대 초반에 나는 ’해야지’마을에 살았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해야지 하고, 도무지 하지는 않는 마을입니다.

늘 해야지 하고 걱정과 부담을 지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만약 이런 걱정과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것도 걱정하고 염려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도 염려를 하고 걱정을 해서

염려와 걱정이 없는 것도 걱정이요 근심인 사람들입니다.

 

나는 30대 중반에 또 한번 이사를 합니다.

이 마을 사람들을 ’그것을 했더라면 좋았을 걸’동네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늘 때를 놓치고 후회와 원망을 합니다.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안 했어야 했는데,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늘 지난 것을 후회와 아쉬움으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어느 날 강 건너에도 마을이 있다기에

배를 타고 그 마을에 가 보았습니다.

’구나겠지감사’마을이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무엇을 보아도 그렇구나 했습니다.

자기 생각과 가치관, 경험으로 쉽게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럴수도 있겠지 하면서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 입장에 헤아려 보기도 했고

세상살이가 늘 열려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부여하는

해석하고 번역하는 능력인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감사로 받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이 마을을 다녀온 후

많은 감동과 충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다짐했습니다.

 

나도 저 마을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말입니다.

먼저 그 동네로 이사를 했습니다.

조금은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전에 동네에서 살던 습관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그 마을 사람들이 그리웠지만

이사를 일단 하고 보니 서서히

나는 구나겠지감사 마을 사람이

조금씩조금씩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내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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