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내 손을 떠난 만원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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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범 [seead] 쪽지 캡슐

2001-12-01 ㅣ No.2108

- 재밋습니다!!  끝까지 읽으면, -

 

 

 

 

 

+ 그리스도 우리의 겨울

 

 

어제 저한테는 이런 일이 하나 일어났었습니다.

 

하긴 일어났다고 하기엔,별 사건이랄것도 없고 그렇다고 무슨 사고를 당한것도 아닌 그저 한 사오분간의 ’낯선 이’와의 부딛힘이었고, 저쪽에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모르지만 저에게는 아직도 미련이 남는 그런 일입니다.

 

 하~ 이렇게 쓰고보니 마치 영화 ’조 블랙의 사랑’에서처럼, 청춘 남녀가 우연히 잠깐 만남을 하고는 아쉬워서 길을 걷다가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뭐 그런 장면이 떠오릅니다만, 뭐 그런 낭만적인 얘기는 아닙니다.

 

무슨 일인지 글쎄 약간이라도 궁금해해주신다면 좋겠지만, 별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이왕 시작한거 계속 하겠습니다.^^;;;;

 

 어제 오전 지하철 서울대역에서 사당쪽으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고 서있는데 삼십대 후반의 평범하고 착한 인상의 어떤 아저씨가 불쌍할 정도로 말을 더듬으며 저한테 말을 거시는 거였습니다.(참고로 저도 삼십대입니다)

 

 자 자 잠깐...만요, 뭐쫌...무 무 물어...볼께...요.미 미안...하 하지...만...

 

 어찌보면 무슨 세일즈나온 영업 사원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저렇게 말을 심하게 더듬는 사람이 영업을 할리는 없는 것같고, 아님 맨날 길거리에서 혼자 다니는 사람을 집중 공략하는 그 도에 관심있으십니까....이런 류인가도 생각해보았으나 그들의 첫멘트는 거의 언제나 눈빛이 총명해 보이십니다...이거나 얼굴에 영기가 있어보입니다...뭐 이런쪽이었지 싶어 졌습니다.

 

 

오호라~ 그렇다면 나의 미모에 뻑~이 간 아저씨로구나......내심 흐뭇해하며 안그래도 쌀쌀맞다는 얼굴을 한결 치켜들 찰라였습니다.

 

 차 차 차비...차비를....좀

 

@-----@

 

그러니까 착각은 자유라지만, 잠시 하고 있을 때만 자유롭고 기쁠 뿐입니다.^^;

 

 대구에서 올라오셨다는데, 노트 몇권만 남아 있고 지갑을 잃어버리셨다고 했습니다.대구내려가는 차비 칠천 오백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그러면서 신분증을 보여주는데 방송 대학 무슨과에 재학중이시더군요.전 아저씨 얼굴을 찬찬히 살펴 보았습니다.말만 더듬는것이 아니라 얼굴도 상기되고 얼핏 보니 귀까지 붉으스레 해진것 같아 보였습니다.

 

 믿어줘? 말어?

 

만약 이 분의 말씀이 사실인데 내가 안도와 준다면 겨우 용기내어 말한것이 얼마나 미안할 것이며 또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애덕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가책으로 괴로울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혹시 사기꾼이라면-- 나한테 도움을 받고 나서는, 흐흐 역시 여자들이 잘 속는군,것도 너무 젊지도 늙지도 않은 혼자 다니는 여자.....이러면서 또 다른 표적을 찾아 다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그리고 혹시나 하고 믿고 주었다가 역시나로 끝나면 무엇보다 인간적인 배신감과 아울러 자존심이 상할것 같았기 때문에, 그것때문에 제일 망설여졌습니다.사실 돈 만원은 있으나 없으나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저만치서 열차가 오는 소리가 약간씩 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휴~~어쩔거나~~~

 

 어느 성인인가가 했다는 말씀도 그 짧은 순간에 떠오르더군요.

 

뭐라던가, 하여튼 속은 사람은 잘못이 아니다...속을 줄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이....

글타고 주제에 성인을 한번 폼나게 본받아 볼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순간적으로 도박을 거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이제 열차 소리가 점점 커지며 방송이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잽싸게 지갑에서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어 그 아저씨께 건네드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연락을 해올지도 몰라서 재빨리 차에 오르기 직전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해서 그 운명의 시퍼런 한장은 제 손을 떠나게 되었습니다.--잠시 묵념을-- ^^

 

 

 

저는 혹시 그 아저씨로 부터 올지도 모를 핸드폰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고, 만일 그분이 전화를 걸어온다면 말할 근사한 멘트도 하나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아저씨에게 도움이 되셨다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그 돈은 제게 부쳐주시지말고 또 다른 필요한 이에게로 건네지도록 해주세요-------

.....

 

 만 하루 반나절이 지났지만, 아직은 연락이 없습니다.

 

지금의 제게는 만원 한장이 돈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 책 제목같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희망......뭐 그런것입니다.

 

 혹 끝내 울리지 않는다하더라도...

 

그것때문에 다른이에게까지 다른 사물들에게까지 모든 인간적인 좋은 감정들이 조금이라도 퇘색된다면 안돼리라는 다소 기특한  결심까지를 하고 있는 중이기때문에, 내 손을 떠난 그 한장은 더 많은 비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0^

 

<퍼온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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