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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 [mirikim] 쪽지 캡슐

1999-09-17 ㅣ No.2387

한가위, 중추가절, 성묘, 추수, 송편, 고향길....

 

생각만해도 너무 이쁘고, 설레이는 단어들 입니다.

 

(저에게는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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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야! 이번 추석에 올 수 있니? " 아빠가 약간 들뜬 목소리로 여쭤보십니다.

 

" 에 - 이, 아빠! 우리 이런 날 더 바쁘잖아 "

 

" 그렇지? 그럼 언제 올 수 있는데? "

 

" 음, 추석 지나고, 그때, 그때 갈께요. "

 

" 그래, 그럼 그때 꼭 와라! 그리고 혼자 있다고 울지말고. "

 

" 제가 앤가, 울게.. 이젠 안 울어. " 라고 말은 했지만,

 

그다지 맘이 편하지만은 않더라구요.

 

" 그래, 우리 미리 이젠 다 컸구나! " 하시는데, 아직도 아빠 눈엔 제가 어리게만

 

보이나 봐요.

 

울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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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세요? 처음, 처음이라는거. 그거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계속 이어진다는거.

 

그런 것 같아요.

 

면목동 오기 전 직장에서도 그랬어요. 명절이면 꼭 바쁜, 그런 날! 혼자 훌쩍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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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현관에 열쇠를 꽂아 돌리고, 깊게 한숨 쉬면서 들어 올 때!

 

똑 - 딱, 똑 - 딱.. 시계 초침 소리와 냉장고 돌아가는 차가운 모터 소리 들으며,

 

덩그러니 방 한가운데 앉아 TV 버튼을 만지작 거리며, 떠들썩한 무주의 안방을

 

조심스럽게 떠올리며, 혼자 미소 지을 때!

 

별로 할 말도 없으면서 0657 - 322 .... 전화 버튼을 꾹 꾹 누르며, 내려 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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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들 아세요??

 

이렇게 생활한지 3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그 마음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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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성길 "

 

꽉 - 꽉 들어찬 발디딜 곳 없는 기차 속에서.. 또

 

도로변에서 두, 세배 걸리는 시간을 멈춰서 있다해도...

 

그거 저에게는 부러운 투정 같이 느껴지네요.

 

 

이번 추석!

 

성당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나뭇잎 구르는 소리, 나팔꽃잎 보며

 

제 자신.. 또 한 번 울렁거림을 느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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