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이력서...

인쇄

김현주 [maryfrances] 쪽지 캡슐

1999-10-20 ㅣ No.271

나 태양에게 고백할 것이 있네 한때 나는 최고의 시인을 꿈꾸었으나 화살을 맞은 독수리처럼 추락하였다 시인이 될 권리를 갖고 태어나 열 살부터 다락방에서 홀로 우주를 꿈꾸었으나 구름들이 몰려와 내 둥지를 감춰 버렸다 그리하여 나 삼류시인처럼 거리를 헤매며 수년간 시를 잊고 살았다 누군가 세상의 등록장부에서 내 이름 석자를 지워 버렸다. 류 시화 - 태양에게 바치는 이력서 - 중 이력서를 써 본지가 얼마나 됐는지 기억 조차 나질 않는다 예전의 이력서를 쓰기 위해 꼼꼼히 적던 글씨와 좀더 예쁘게(?) 나오려고 신경을 좀 써서 찍던 사진들... 이력서... 하루가 이렇게 또 다시 마감을 하다니.. 어제의 아쉬움이 또다시 아쉬움으로 이어지다니... 답답한 마음과 씁씁한 마음을 담고서 다시 월곡동 으로 향하려 한다 살아있음에 고마움을 느끼며.. 밖은 또다시 춥겠지.. 오늘은 친구가 오질 않는군...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 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3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