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양심고백(내가 미워요)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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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2-09-10 ㅣ No.3892

 

양심고백(내가 미워요) 흑~흑~

 

평소 매일 습관적으로 귀가 시간이 늘 늦는 탓도 있지만서두...

뭔놈의 모임이 그렇게도 많은지?

초등학교의 동창회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각종 모임으로 인하여 쐬주파티가 끊일날이 없는 나날들...

억쎄빠진 고향을 둔 탓일 것입니다.

내고향 강원도 강릉의 친구들은 통상 계모임이 한달에 많은 놈은 평균 약 20개 정도랍디다.

참으로 그곳은 웃기는 동네지요.

이지역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도 곗날 모임에 참가하는 친구를 만나면, 붙잡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랍니다.

저 역시 멀리 객지에 나와있는 처지지만, 그곳 출신이라서 그 버릇이 어딜 가나요?

이렇듯 빵점의 家長인 저에게 있어 "마누라의 깊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또 "처가집에서 점수를 딸 절호의 찬스를 맞았습니다."

바로 금번 대관령 아랫동네인 영동 지방을 휩쓸고 지나간, 제15호 태풍 `루사(RUSA)’의 엄청난 괴력으로 인하여 우리 처가집이 수해로 초토화 된 사건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가 좀 잘난척하면서 "수재활동"에 설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손상된 체면을 만회 할려는 얕은 꾀를 부리고 있는 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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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를 보곤 안절부절하는 마나님을 대신하여 눈치빠른 상기본인은 회사를 땡땡까고 재빨리 현장을 점검하고 왔지요.

맞벌이 부부인 입장에서 우리 마나님은 도저히 친정나들이가 불가능했지요.

특히 재수생인 아들녀석의 뒷바라지도 만만치 않고, 그리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인 말괄량이 우리 딸래미가 최근 학급의 반장으로 선출되어 가문을 빛냈기에 그 수발도 들어야하고...

어찌되었든, 수해 현장을 둘러보고 눈물만 흘릴 수 없어서 저는 우리 본당에 SOS를 쳤던 것입니다.

마나님의 친정집 일대는 완전침수지만, 그외곽의 어떤지역은 수마가 집을 통채로 할퀴고 갔기에 벌판이 된 곳도 있어서 오히려 죄스러운 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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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양심고백하고자 하는 것은 위의 상황이 아니라,

어제 회사에 월차를 내고 우리 마나님이 드디어 늦은 밤, 고향땅 강릉으로 출발하면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양심고백입니다.

즉, 수많은 수해피해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성당옥상에서 산처럼 쌓여있는 수해구호물품중에서

첫째 : 덮을 것이 없는 "장모님을 위해서 이블 보따리 하나를 슬쩍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둘째 : 몸만 피해서 나온 단벌신사인 큰 처남을 위해서 수재 물품중에서 "양복상의 2개를 슬쩍했다는 것도 고백합니다."(며칠후 세미나에 참석하는데 입을 양복이 없다고 해서...)

셋째 : 김선종 바오로 형님이 "이건 수해입은 너희 처가집에 가져가라!"라고 하시면서 비닐백에 넣어준 헌옷보따리를 수집장소로 갖고가지 않고 그냥 어쩔수 없이 "집으로 가져갔다는 것을 이 자리를 통해서 밝힙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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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속죄의 보석으로 "금번 강원도 땅에 가면, 동행한 봉사자님들게 밥 한그릇 꼭 사겠습니다."

그리고 강릉으로 가는 트럭은 당연히 제가 제공하여야 하지요.

그러니 부디 용서해 주시와요.

여러분을 "믿습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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