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조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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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령 [avis] 쪽지 캡슐

2001-01-15 ㅣ No.2128

"분명 고양이가 해를 등에 걺어지고 지붕위를 돌아 다녔단 말야"

 

"알았어 알았으니깐 그만 하라고"

 

또 소동이다. 아이들의 세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장단을 맞춰야

 

하는 일인지.

 

"그러니까 밤은 고양이가 해를 옮겨 놓아서 그런거라니까"

 

"왜 예전엔 하느님이 전기불을 (태양) 꺼서 그렇다며"

 

"아이 그건 상상이었고 내가 이모 창문에서 가만히 놀고 있었는데

 

글쎄 고양이 두마리가 아마 엄마와 아가 고양이였을거야 해를 나

 

눠 지고는 어슬렁 어슬렁 그러고는 밤이 왔다니깐"

 

내조카는 절대 가만히 노는 법이 없다. 그건 정말이다. 근데 고녀

 

석은 늘 얌전히 가만히란 수식어를 가증스럽게도 자기 놀이앞 형

 

용사로 쓰곤하다.

 

"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빨리 네 방으로 돌아가버려"

 

다설살박이 내 조카

 

크리스마스날 교회에서 십자가상을 한 참 보더니 내게 묻는다.

 

" 이모 예수님이 왜 죽었는지 이제 알것 같다"

 

고사리 손을 모으고 뭔가 알아낸 듯한 감격한 목소리로

 

"그래 왜 죽었는데"

 

" 음 그건 말이지 훌쩍 훌쩍 십자가에서 떨어져서 죽었던 거야

 

저거봐 저렇게 높이 매달려 손에 못 하나로 박혀 있으면 손이 찢

 

어지잖아 흡 흑흑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훌쩍 훌쩍 떨어져서 앙앙"

 

내 조카가 이렇다.

 

"그래 알았어 밤은 고양이 엄마하고 고양이 아기하고 해를 나눠지

 

고 가기 때문에 생기는거야 와 정말 고마워 네가 밤에 대해 가르

 

쳐 줘서 허벌나게 고마워 됐니? 됐어?"

 

뾰족한 입술로 오므작 오므작

 

"아니 아직 안됐어 이모 친구들한테도 이 사실을 알려 주었으면

 

해 "

 

"야 이미리 이건 너 세뇌야 난 그럴 수 없어"

 

"난 이모가 무슨말을 하는 진 모르겠지만 내가 카드를 그려줄테니

 

까 혜실이모 은희이모 음 또 누가 있더라 .... 다 나눠주고 알려

 

주었으면 해"

 

그날 저녁 내 조카는 꾸벅꾸벅 졸면서 카드 열한장을 만들어 내기

 

에 이른다.

 

난 고 녀석의 희생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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