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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속에 산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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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5-11-11 ㅣ No.6137

 

*은총속에 산것은...*

 

며칠후면 저희 부부가 결혼한지 25주년이 되네요.

은혼식이라도 해야 할까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즐거울때나 괴로울때나 의지하며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때론 다시는 안 볼것처럼 아웅 다웅 마음을 할퀴고 때론 '호호 하하'  장미빛 시간도 가지며 삶의 희노애락을 함께 겪어온 세월이었습니다.

 

스물 몇살의 처녀 시절, 첫영성체때의 첫 기도는 이루어 진다는 말에 '교우를 만나 결혼하게 해달라'는 기도의 응답으로 주님께선  지금의 베드로씨를 점지(?)하여 주셨나 봐요.

 

그때 우리 남편, 결혼 앞두고 난수표(?)를 자꾸 남발하고 있었지요.

'결혼하면 물도 안 묻히게 하겠다.

또한 머잖아 자가용을 사서 마나님으로 모시겠다.

또또한 부자로 살게 하겠다.  등등등...'

 

형제님들 중에 위와 같은 달콤한 언약으로 자매님들 환심사서 결혼하신분 많으시지요?  살짝 손들어 보시겠어요?

 

그런데  그런데...

난수표라고 생각했던 공약 사항이 모두 이루어 졌어요.

'물도 안묻히겠다,는 약속은 고무 장갑끼면 해결되었고

'자가용 사서 마나님으로 모시겠다'는 답은?

-올림픽을 계기로 마이카 시대로 접어 든 시기에 자연스레 차를 사게 되어 해결되고

'부자로 살게 하겠다'는 언약은 아들이 둘 태어 났으니 삼부자가 사는 집이니

이또한 이루어 졌어요. 오! 오묘해라.

 

살아 온 세월보다 살아 갈 시간이 더 적은 나이지만 또 열심히 살아 가야지요.

기인 시간을 때론 가슴 태우고 때로는 힘들어 하며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아옴은 주님의 은총의, 은총이 있어  가능한 것이었지요.

 

 당신의 자녀되어 당신께 생명을 얻고 당신속에 숨어들어 내 마음에 사랑을 가득 채우며, 위로를 얻으며  은총속에 살아 올 수 있었습니다.   '-은총속에 산것은-'   이 구절의 성가를 자주 흥얼 흥얼 거리며 삽니다.

 

 또한 이 만큼의 세월을 더 살아 50주년 금혼을 맞게까지 허리굽은 할아버지가 된  베드로씨와 쪼글 쪼글 머리에 흰 눈을  가득인 노할머니되어  서로의 굽은등을 긁어주며 살고 있을까요?

 

11월의 어느날 '은총속에 사는'

스텔라가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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