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살며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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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1999-10-19 ㅣ No.1169

저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제 내 나이가 40이 되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군요.

사람이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던데...

제 얼굴에 그려진 삶의 자국들이 너무 부끄러워 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아픔으로 뒤범벅이기도 했었던 날들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는 것도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겠지요.

게다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쁨들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어느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보물들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열린 가슴은

행복을 만들어 가는 열쇠가 되지요.

 

특히 어느 한 순간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신비 속에서

아픔에의 망각과 행복에의 기억을 동시에 주신 창조주 하느님을 사랑합니다.

그렇기에 매 순간이 소중하고 이렇게 소중한 시간안에 함께 해주시는 주님 덕분에

이즈음의 가을 날씨처럼 풍요로운 추억들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지난 토요일, 참 좋은 분들과 참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갑자기 닥쳐온 추위가 싱그러웠던 밤을 따라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술과,

모닥불앞에서의 추억의 통기타 노래들.....

그리고 밤하늘의 별들과 별빛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웃음.......

 

생각해 보면 지치고 짜증나던 인생의 한가운데에서도 행복할 수 있었음은,

내가 지닐 수 있는 무엇보다 귀중한 재산이랍니다.

 

서른 다섯의 가을엔 유난히도  벅차게 ’나’라는 사람을 응시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 다짐을 하였었지요.

힘겨운 인생살이에서 산다는 일에 치여서 찌그러진 나의 모습이 너무 서글퍼져서,

돌아가겠노라구요..........

’내 삶의 정점에서 U-Turn 할 수 있는 용기가 과연 나에게 있을 것인가’ 하구 말입니다.

노력하구 노력하면....

생의 마지막 날,  

처음 이 세상에 나왔던 날처럼 어린아기의 맑고 투명한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구요.

너무 허무맹랑한 이상주의자의 자가당착일지 몰라두,

첫걸음마가 참으로 힘에 겨웠던 비워냄은 이제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워내고 또 비워내면,,,,,,

내려가고 또 내려가면,,,,,,

이 즈음도 가끔씩 만나게 되는 하느님 나라의 찬란함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을런지요.

후후

이러다가도 삶의 고난에 부닥칠 때에 난 또 그 분을 미워하겠죠.

 

그렇지만..

살다보니까..

산다는 건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깨달아 가는 행로라는 걸

알게 해 주시더군요.

사랑은........

그의 대상이 연인이거나 가족이거나 이웃 또는 민족 혹은 세계이거나

고통을 수반하는, 삶의 불빛입니다.

특히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 받으려고 나선 우리 신앙인들의 삶은

사랑이 감정으로서만이 아닌

강한 의지의 지팡이로써  딛고 이겨내야 할 의무이기도 하지요.

 

30대의 마지막 가을을 지내는 저에게 산다는 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산과 들과 바다와 그 곳에서 살고 있는 나무 하나 나뭇잎 하나, 풀잎 하나 하나...

새들과 들꽃과, 들꽃보다 더욱 소중한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바로 하늘나라를 열어가는

기도 같아서 눈물이 찔끔거려지는 중년은 또 다른 내일을 열어가는 희망이 되지요.

 

우리............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서로 사랑하며 살아요"

사랑하며 살면.....춤추고 싶어진답니다.

 

"이 세상이 창조되던 그 아침에,

 나는 아버지와 함께 춤을 추었다.

 내가 베들레헴에 태어날 때에도

 하늘의 춤을 추었다.

 .............................."

 

지난 토요일에 아주 오랜만에 불러보았던 이노래의 가사가 저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우리 ..

작은 이웃의 행복을 위하여 작은 손 하나라도 내어미는 수줍음의 용기를 떨쳐내지 말았으면...

그리고 사는 일이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하늘의 춤을 잊지 말았으면...

 

.............................

 

40을 코 앞에 두고 초조해진 배나무의 노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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