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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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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진 [nohmj] 쪽지 캡슐

2000-02-09 ㅣ No.766

 

오늘 학교에서 졸업식이 있었슴다.. 아, 요즘은 학위수여식이라구 하더만여..

 

요 몇년간 식장에 학생들이 하도 안들어오니깐.. 학교에서 잔머릴 굴려서리..

 

10시부텀 대강당에서 졸업가운과 학사모를 나눠주고는 일딴 들어온 학생들을 밖으루 내보내질 않았지여..

 

당근, 식장은 식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도떼기 시장이 되버렸지만서두..

 

학생들을 붙잡아 놓는데는 성공했다구 볼 수 있지여..(저희 학교처럼, 그나마 학생수가 적으니까 가능한 잔머리가 아닌가 싶슴다..)

 

식을 마치고 우루루 쏟아져 나온 학생들이 사진을 찍느라 죙일 학교가 시끌벅적했지여..

 

3시가 넘어서야 학교가 조용해 졌슴다..

 

제 사무실 옆에 주루룩 과실들이 있는데여.. 과실 앞에는 학생들이 반납한 가운과 학사모, 기타 잡동사니들이 쌓여있어여..

 

근데여.. 제가 좀전에 물을 뜨러 갈려고 힘차게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저희 학교 청소 아주머니께서 옆 과실 앞에 놓인 학사모를 머리에 써 보시다가..

 

저랑 눈이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시며 얼른 모자를 제자리에 놓고 계단으로 총총 사라지셨어여...

 

괜히 미안하고 죄송하고 그랬어여..

 

하필 그때 목이 말랐으까.. 하문서...

 

한손엔 비자루를 들고, 청소용 제복을 걸치고 어설프게 써 보는 학사모..

 

아주 순간이었지만 아주머니 눈엔 흐믓한 미소가 어린듯도 했는데..

 

하여간..

 

안그래도 푹푹 쑤시는 가슴팍에...

 

싸르르.. 통증이 더 도지네여....

 

 

 

미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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