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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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8-22 ㅣ No.5263

 

 

온갖 욕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해방되었을 때 사람은 비로소 온 우주와 하나가 될 수 있다. 욕망과 아집에 사로잡히면 자신의 외부에 가득차 있는 우주의 생명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소유물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스스로를 우주적인 생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맑은 가난, 곧 청빈이다. 청빈은 절제된 아름다움이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예로부터 깨어있는 정신들은 늘 자신의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가꾸어 나갔다.

 

 

청빈의 덕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우리 둘레에 편리한 물건의 더미는 한없이 쌓여 있지만 그것들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일상적인 물건들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단추 하나만 눌러도 밥이 되고 냉장이 되고 세탁이 된다. 이렇게 편리한 연장을 쓰면서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행복을 느끼고 있는가.

그런 사실에 대해 고마음을 느끼고 있는가.

사람은 머리만 갖고는 제대로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머리의 회전만을 중시하는 세상은 더없이 냉혹하고 차갑다. 이 사회는 머리만이 존재할 뿐 따뜻한 가슴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라. 온갖 종류의 부정과 비리, 사기와 속임수, 그 밑바닥에는 간교한 머리가 작용하고 있다.

심장는 그런 데 관여하지 않는다. 가슴은 그런 일에 관계하지 않는다. 사람을 뽑는 대학에서 머리만 중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머리의 회전만을 중요시하는 사회는 문제를 안을 수 밖에 없다.

믿음은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가슴에서 온다. 머리에서 오는 것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머리는 늘 따지고 의심한다. 그러나 가슴은 받아들인다. 열린 가슴으로 믿을 때 그 믿음은 진실한 것이고 또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인간의 신뢰와 성실성도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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