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성당 게시판

하늘에 부치는 편지(베드로에게)

인쇄

한지홍 [ykano] 쪽지 캡슐

2000-09-22 ㅣ No.1198

그동안 잘 있었니?

형도 여기서 잘 살고 있단다.

요사이 니 생각이 많이 나서 이렇게 펜을 잡았단다.

그곳은 여기랑 많이 다르지?

다를거라 믿는다.

가끔 예전 너의 집을 지나다가 한번 들를가도 생각했지만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더구나....

오래간만이지?

너를 그곳으로 보내고 형이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는지...넌아니?

혹시 형에 대한 원망이 있다면

다 털고 용서하길 바란다.

자주 너에게 갔었어야 했는데....나도 그땐 나이가 어려서

아픈 니 모습을 보기가 두려웠어...

요즘도 눈을 감으면

고통으로 찡그린 얼굴 속에서도 날 보고 생긋이 웃던 니 얼굴이 떠오른단다.

니가 홀연히 그곳으로 떠나고

난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했었어...

어린 너에게 왜 이렇게 큰 시련을 주시냐고....

너 그거 아니?

니가 예전에 아파서 할 수 없이 깎았던 빡빡머리가

요즘 이곳에서 유행이라는거.....

조금만 더 이곳에 있지 그랬니.....

난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단다.

가끔 개구쟁이 아이들을 보면

베드로도 컸으면 얘네 또래정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단다.

먼저 가있던 형은 만났니?

형이 혹시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지?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거기서 어머님을 지켜드리렴..

어머님이 많이 힘드실거야.....

이젠 꽤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형도 이제 대학생이 되어서 좀 있으면 군대에 간단다.

니가 거기서 지켜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태한 내 생활이

부끄러워지곤 해.

인연이라는 것이 참 우습지?

2번인가 밖에 보지 못했는데....우린 참 징한 인연인거 같다.

나에겐 너 말고도 몇명의 대자가 더 있어...

하지만 다들 연락이 잘 안된단다.

형이 아직도 정신을 잘 못차렸나봐...그치?

이젠 그만 줄여야 겠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너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이 형을

너그럽게 용서하길 다시 한번 부탁할께...

베드로야......하느님의 품안에서....

 편안히 쉬렴......

 

                                 2000년9월22일

                                          대부가....

놀라지마 형 사진 아니야....

 

 



3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