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썩은 사과...

인쇄

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2-10-01 ㅣ No.3958

 

 추석을 지내고 시 어머님과 저는 고부간의 여행을

 

했습니다.

 

 명목은 어머님의 언니집을 찾아 가는 것이였지만

 

여행이라고, 여행이 였다고 생각듭니다.

 

 이유는 집 떠난 객지?에서 받은 손전화의 문자 때문이였습니다.

 

 평소 기분 좋으면 " 예쁜아? 에서 술 한잔 마시면 이쁜 뇬?(닭살???)

 

하는 요셉이 보낸 문자엔" 네 뇬은 즐겁겠지만 나는 정말 외롭다.

 

 하여간 즐거운 날 되길..."

 

 친척ㅡ 친지 방문이 아니라. 이래서 여행인줄

 

알았습니다.

 

 고부간의 여행은 집에서 승낙 받기 아주 좋지요.

 

 시 어머니 모시고 간다는데 어느 아들이 마다 하겠습니까..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충남 당진을 가야하는데 시흥에서 아차 하는

 

 사이에 인천길로 올라 타 "여기가 인천 끝입니다 " 푯말을 보고 다시

 

 되 돌아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달려 당진 고대라는 곳에 도착

 

 차 안에서의 어머님은 "내가 3살때 언니가 시집을 갔지.. 어려서

 

 언니내 라고 가면 우리 꼬맹이 처제 왔다고 형부가 꽃게를 사다 주고

 

 했었어.."

 

  그 형부는 이제 89살이  되셨고 언니는 85세가 되어 두 분만이

 

덩그마니 집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내년이면 꼭 70년을 함께 산 세월이라시는데...

 

 이제는 다리에 힘이 없으시다며  집 앞 큰 은행 나무 아래 앉아 지난

 

 날을 회상하는 맛으로 사신다고 하셨습니다.

 

 두 분의 톡탁 거림은 " 나 이제 다리 아파 리어커를 못 끌겠어..

 

 내가 당신보다 5살 더 먹었쟌아..

 

 그래도 리어커는 남자가 끌어야해요.. 난 어려도 여자잖아요.."

 

 웃음이 나왔습니다.. 슬픈 웃음이..

 

  콩이며 밤을 깎아 넣은 부슬 부슬한 밥에 찌게가 한 솥? 이였습니다.

 

 막내, 꼬맹이 처제인  어머니가 무슨 찌게를 이리 많이 끓였냐고

 

한마디 하니 " 너희들 이것 다 먹기 전에 못 가게 하려고 한다..."

 

 무척 사람이 그리워 이리 먹는것으로 묶어 두기 위한 작전이 셨습니다.

 

 사시는 곳이 얼마나 넓은 땅 산인지는 모르고 그져 속물 근성인 저는

 

약 십억이 넘는 산이라는 말씀에 넓은 산이라는걸 갸름 할 수

 

있었습니다.

 

 집 뒤에 밤 나무 들이 지천이지만 누구 하나 줏는 이 없고 농약을 주지

 

 않아 다람쥐ㅡ 청설모의 잔치 마당이였습니다.

 

 한 숨 자고 일어나 밖에 나오니 하늘에  별은 정말 쏟아지게 많이

 

 떠 있었고 달은 보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휘엉청 밝았습니다.

 

 그렇지만 달은 보며 책에서 본 글 "그믐달은 노름꾼이 오줌 누러

 

나왔다보는 달이라는 귀절이 생각나 큭 하고 웃음이..."

 

 아마 돈도 잃었는데 달도 기울어 흐릿하니 신세 처량하것다 하는

 

상상이 되었는데 보름을 금방 지낸 달은 너무나 환했습니다.

 

 첫 날은 산에서 밤을 주으며..누구도 주었으면. 누구도 주고 싶어라..

 

 신부님, 수녀님들은 이런거 안 잡수시겠지.. ..

 

 토종 밤이라 잘고 벌레도 있고 ..하지만 맛은 있었습니다.

 

 해 떨어지면 잔다..  시계와는 무관하다..인 시골의 생활.

 

 오밤중에 치매 예방으로 고스톱 좋아하시는 어머니께 한판 붙자 하려다

 

 시 이모님과 어머님의 대화를 누워서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은 대호 방조제로...

 

 조개를 잡으로 갔었지요.

 

 열 번 파야 하나 나오는 조개..

 

 이젠 많이 없어졌다고 하시면서 85살의 노인은 좀더 더 줏게 해주고

 

 싶어서 정말 허리를 많이도 움직이며 조개를 줍게 해주셨습니다.

 

 다음날은 당진 장 구경.

 

 그런데 장에 가서 얼굴이 익은 분이나 고향 분들을 찾기

 

바쁘시더라구요.

 

 요즘 장에는 고향 사람이 파는거 아니면 모두 수입품이라는

 

말씀이십니다.

 

 고추도, 깨도 , 마늘도 ....

 

 아침에 차로 실어와 장사 하는 분들을 풀어 수입품을 파는데 외지

 

 사람들은 고향 것 인줄 알고 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곳 현지 분들은 아는 얼굴 고향분들을 찾아 사고 한다고

 

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는 언니와 좀 더 있다 가련다 ’ 먼저 가라고 하시는

 

 어머니 말씀에 밥이 안 넘어 가더라구요.

 

 나 혼자 어떻게 오나...가나...

 

 하지만 저도 달려 달려 고속도로 타고 집에 왔다는거 아닙니까..

 

 돌아 오는 길에  이 생각 저 생각 많이도 났습니다.

 

 " 농약을 주지 않아 벌레가 반 일 정도면 농사를 짓지 말자! 하시는

 

이모님 의 말씀에 농약 주고 어찌 자식 새끼들 한데 주려고 하냐는

 

 말씀... 정말 우리가 먹는 깻잎이며 야채가 반반한 정도 일수록

 

 감춰진 농약 투성이라는 걸 깨달아야겠습니다.

 

 언젠가 신부님 강론에  형님 집에 가보니 고추 끝에 농약이 대롱 거릴

 

정도야 상한것이 없다고 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씀이셨습니다.

 

우리가 먹는 싱싱하고 잘 생긴 야채......

 

 농약을 안 맞고는 그리 될 수가 없는 것이였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은행 나무 아래에 계실 이모부님도 생각났고

 

 인생은 은행 나무 아래에서 지난 날을 회상하며 오늘도 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혼자 만의 결론을 지어도

 

보았습니다.

 

 다람쥐와 청설모 짐승의 밥이 될 토종 밤을 주어와 이웃과 함께 하니

 

 밤이 광 마우스로 ...... 묵주로 되돌아 올 줄이야...

 

 안델센 동화의 썩은 사과가 생각나지 않냐고 식구들 한데

 

말을 했습니다.

 

 

 

 

 



6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