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썩은 사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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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지내고 시 어머님과 저는 고부간의 여행을
했습니다.
명목은 어머님의 언니집을 찾아 가는 것이였지만
여행이라고, 여행이 였다고 생각듭니다.
이유는 집 떠난 객지?에서 받은 손전화의 문자 때문이였습니다.
평소 기분 좋으면 " 예쁜아? 에서 술 한잔 마시면 이쁜 뇬?(닭살???)
하는 요셉이 보낸 문자엔" 네 뇬은 즐겁겠지만 나는 정말 외롭다.
하여간 즐거운 날 되길..."
친척ㅡ 친지 방문이 아니라. 이래서 여행인줄
알았습니다.
고부간의 여행은 집에서 승낙 받기 아주 좋지요.
시 어머니 모시고 간다는데 어느 아들이 마다 하겠습니까..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충남 당진을 가야하는데 시흥에서 아차 하는
사이에 인천길로 올라 타 "여기가 인천 끝입니다 " 푯말을 보고 다시
되 돌아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달려 당진 고대라는 곳에 도착
차 안에서의 어머님은 "내가 3살때 언니가 시집을 갔지.. 어려서
언니내 라고 가면 우리 꼬맹이 처제 왔다고 형부가 꽃게를 사다 주고
했었어.."
그 형부는 이제 89살이 되셨고 언니는 85세가 되어 두 분만이
덩그마니 집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내년이면 꼭 70년을 함께 산 세월이라시는데...
이제는 다리에 힘이 없으시다며 집 앞 큰 은행 나무 아래 앉아 지난
날을 회상하는 맛으로 사신다고 하셨습니다.
두 분의 톡탁 거림은 " 나 이제 다리 아파 리어커를 못 끌겠어..
내가 당신보다 5살 더 먹었쟌아..
그래도 리어커는 남자가 끌어야해요.. 난 어려도 여자잖아요.."
웃음이 나왔습니다.. 슬픈 웃음이..
콩이며 밤을 깎아 넣은 부슬 부슬한 밥에 찌게가 한 솥? 이였습니다.
막내, 꼬맹이 처제인 어머니가 무슨 찌게를 이리 많이 끓였냐고
한마디 하니 " 너희들 이것 다 먹기 전에 못 가게 하려고 한다..."
무척 사람이 그리워 이리 먹는것으로 묶어 두기 위한 작전이 셨습니다.
사시는 곳이 얼마나 넓은 땅 산인지는 모르고 그져 속물 근성인 저는
약 십억이 넘는 산이라는 말씀에 넓은 산이라는걸 갸름 할 수
있었습니다.
집 뒤에 밤 나무 들이 지천이지만 누구 하나 줏는 이 없고 농약을 주지
않아 다람쥐ㅡ 청설모의 잔치 마당이였습니다.
한 숨 자고 일어나 밖에 나오니 하늘에 별은 정말 쏟아지게 많이
떠 있었고 달은 보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휘엉청 밝았습니다.
그렇지만 달은 보며 책에서 본 글 "그믐달은 노름꾼이 오줌 누러
나왔다보는 달이라는 귀절이 생각나 큭 하고 웃음이..."
아마 돈도 잃었는데 달도 기울어 흐릿하니 신세 처량하것다 하는
상상이 되었는데 보름을 금방 지낸 달은 너무나 환했습니다.
첫 날은 산에서 밤을 주으며..누구도 주었으면. 누구도 주고 싶어라..
신부님, 수녀님들은 이런거 안 잡수시겠지.. ..
토종 밤이라 잘고 벌레도 있고 ..하지만 맛은 있었습니다.
해 떨어지면 잔다.. 시계와는 무관하다..인 시골의 생활.
오밤중에 치매 예방으로 고스톱 좋아하시는 어머니께 한판 붙자 하려다
시 이모님과 어머님의 대화를 누워서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은 대호 방조제로...
조개를 잡으로 갔었지요.
열 번 파야 하나 나오는 조개..
이젠 많이 없어졌다고 하시면서 85살의 노인은 좀더 더 줏게 해주고
싶어서 정말 허리를 많이도 움직이며 조개를 줍게 해주셨습니다.
다음날은 당진 장 구경.
그런데 장에 가서 얼굴이 익은 분이나 고향 분들을 찾기
바쁘시더라구요.
요즘 장에는 고향 사람이 파는거 아니면 모두 수입품이라는
말씀이십니다.
고추도, 깨도 , 마늘도 ....
아침에 차로 실어와 장사 하는 분들을 풀어 수입품을 파는데 외지
사람들은 고향 것 인줄 알고 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곳 현지 분들은 아는 얼굴 고향분들을 찾아 사고 한다고
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는 언니와 좀 더 있다 가련다 ’ 먼저 가라고 하시는
어머니 말씀에 밥이 안 넘어 가더라구요.
나 혼자 어떻게 오나...가나...
하지만 저도 달려 달려 고속도로 타고 집에 왔다는거 아닙니까..
돌아 오는 길에 이 생각 저 생각 많이도 났습니다.
" 농약을 주지 않아 벌레가 반 일 정도면 농사를 짓지 말자! 하시는
이모님 의 말씀에 농약 주고 어찌 자식 새끼들 한데 주려고 하냐는
말씀... 정말 우리가 먹는 깻잎이며 야채가 반반한 정도 일수록
감춰진 농약 투성이라는 걸 깨달아야겠습니다.
언젠가 신부님 강론에 형님 집에 가보니 고추 끝에 농약이 대롱 거릴
정도야 상한것이 없다고 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씀이셨습니다.
우리가 먹는 싱싱하고 잘 생긴 야채......
농약을 안 맞고는 그리 될 수가 없는 것이였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은행 나무 아래에 계실 이모부님도 생각났고
인생은 은행 나무 아래에서 지난 날을 회상하며 오늘도 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혼자 만의 결론을 지어도
보았습니다.
다람쥐와 청설모 짐승의 밥이 될 토종 밤을 주어와 이웃과 함께 하니
밤이 광 마우스로 ...... 묵주로 되돌아 올 줄이야...
안델센 동화의 썩은 사과가 생각나지 않냐고 식구들 한데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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