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말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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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1-06-09 ㅣ No.6339

*** 말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수녀님]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맺고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내 언어의 나무

 

주여, 내가 지는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해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고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 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 주시어

 

좀더 겸허하고

 

좀더 인내롭고

 

좀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르는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주여,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노래처럼 즐거운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 가게 하소서. 아멘.

 

 

초등부 황현숙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멜속에 있는 내용입니다.

넘 좋아서 게시판에 올립니다.

현숙 선생님, 오늘에야 멜 보았어요. 고마와요.

그리고 이 글 넘 좋아서 화양동 식구들 보라고 이곳에도 올립니다.

아직 카페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자주 들어 가 볼께요.

이 시를 읽으면서 현숙이 선생님을 생각했습니다.

늘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그런 분위기...

선생님과 넘 잘 어울리는 시네요.

나도 그런 분위기를 자아냈음 좋겠는데...

노력해야 겠지요? 난 아직도 멀었으니.. 쯔쯔.

이렇게 선생님께 존대를 쓰니 왠지 온몸이 간질간질 한 것 같아서리...

그러나 공식적이 곳이라...

어째든 고맙고 초등부에 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많아서 얼마나

고맙고 흐뭇한지 몰라요.

늘 든든한 선배로서 후배 선생님들 예쁘게 끌어주시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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