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미아리 book shop 수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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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caritas2] 쪽지 캡슐

2000-06-12 ㅣ No.1066

+찬미 예수님

 

저희 생활성서에 관심을 가져주신 세검정 교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6월 3~4일 홍보주일에 세검정 성당을 다녀간 베르노 수녀와 디모테오 수녀입니다.

좋은 결과를 얻은 것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책을 만들 때도 완전한 것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역시 그 책의 완성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손 때가 묻어지고

읽는 이의 마음속에서 사랑과 신앙을 키워내는 거름이 되었을 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희 책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한 분, 한 분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이 시대는 책을 더 이상 읽지 않는 시대라고들 합니다.

사실 저희도 바쁜 생활을 하다보면 정말 일주일 내내 진지하게 글 한 줄 못 읽을 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좋은 책 하나 꼭 손에 쥐고 읽다보면

어느 새 기도하는 마음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럴 때 역시 좋은 신앙서적은 기도의 통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다시 한번 세검정 성당 교우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박노해 님의 <사람만이 희망이다>에서

글 하나 올립니다.

.....................

 

젖은 등산화

 

언젠가 어떤 사진 한 장을 보고

얼어붙듯 묵상에 잠긴 적이 있었습니다

 

등산화를 가슴에 꼬옥 끌어안고 얼어죽은 등반대의

처절한 죽음을 기록한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산 사람들은 얼음 산정을 향해 오르다 텐트를 치고 잠을 잘 때

젖은 등산화를 가슴에 꼬옥 품고 잠을 청합니다

그래야 다음날 아침 뽀송뽀송한 상태로

또 걸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 산사람 박인식

 

얼음 산에서, 머리카락도 수염도 허옇게 얼어붙은 얼굴로

하나같이 등산화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나란히

얼어죽어간 등반대원들의 모습

장엄한 순교자의 모습으로 다가온 그 현 보도사진 한 장이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득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 우리도 저마다 어딘가를 향해 오르고 있고

그 길에서 죽어갑니다

내일, 또 내일, 내일 아침이면 우리도 죽어 있을 것입니다

 

나, 무엇을 가슴에 또옥 끌어안고 죽어 있을 텐가!

.................................

 

 

세검정 성당 교우 여러분에서 각자 필요한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생활성서사 가족 모두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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