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일곱번 째 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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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2-09-06 ㅣ No.100

 

조금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 백설공주의 일곱번 째 난장이 이야기입니다.

글 샘터의 100번째 글로써

필라델피아 식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띄웁니다.

 

 

 

나는 산너머 너머에 사는 일곱번 째 난장이입니다.

 

아름다운 백설공주가 우리 집을 찾았을 때 앉았던 의자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스프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잠들었던 침대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꼬임에 넘어가서 문을 열어주고

 

숨이 막히는 코르셋으로 쓰러져 있을 때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독이 든 빗으로 머리를 빗고 쓰러져 있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가서 빗을 빼내 던져버린 것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숨을 멈추었을 때

 

하루종일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목놓아 울던 것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구요,

 

왕자님이 오셔서 그녀를 데려 가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우리들의 공주님이라고..

 

울면서 안된다고 말리던 것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구요,

 

기어이 친구들이 왕자에게 그녀를 내주었을 때

 

짧은 다리로 숨이 헉헉 차 오르도록 따라 쫓았던 것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구요,

 

더 이상 왕자를 따라 잡을 수 없게 되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가 휘청 떨어진 것도,

 

그 바람에 덜컹 유리관이 움직이고

 

그녀의 목에 걸린 독사과가 튀어 나오면서

 

오랜 잠에서 깨어난 그녀가

 

'나를 구한 분은 누구신가요?' 물었을 때

 

차마 초라한 작은 몸으로 나서지 못하고

 

못나게 움츠려 들었던 것도,

 

늠름한 왕자님의 '바로 저입니다, 아름다운 공주님.'

 

씩씩한 목소리를 유리관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면서 들어야 했던 것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가끔씩 산너머 너머에 사는

 

일곱 난장이의 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공주를 사랑했던

 

일곱번 째 난장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대는 누구의 일곱번 째 난장이입니까?   

 

 

        

 

        - 배경음악 : 드라마 "가을동화" 주제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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