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일곱번 째 난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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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 백설공주의 일곱번 째 난장이 이야기입니다. 글 샘터의 100번째 글로써 필라델피아 식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띄웁니다.
나는 산너머 너머에 사는 일곱번 째 난장이입니다.
아름다운 백설공주가 우리 집을 찾았을 때 앉았던 의자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스프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잠들었던 침대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꼬임에 넘어가서 문을 열어주고
숨이 막히는 코르셋으로 쓰러져 있을 때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독이 든 빗으로 머리를 빗고 쓰러져 있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가서 빗을 빼내 던져버린 것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숨을 멈추었을 때
하루종일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목놓아 울던 것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구요,
왕자님이 오셔서 그녀를 데려 가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우리들의 공주님이라고..
울면서 안된다고 말리던 것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구요,
기어이 친구들이 왕자에게 그녀를 내주었을 때
짧은 다리로 숨이 헉헉 차 오르도록 따라 쫓았던 것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구요,
더 이상 왕자를 따라 잡을 수 없게 되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가 휘청 떨어진 것도,
그 바람에 덜컹 유리관이 움직이고
그녀의 목에 걸린 독사과가 튀어 나오면서
오랜 잠에서 깨어난 그녀가
'나를 구한 분은 누구신가요?' 물었을 때
차마 초라한 작은 몸으로 나서지 못하고
못나게 움츠려 들었던 것도,
늠름한 왕자님의 '바로 저입니다, 아름다운 공주님.'
씩씩한 목소리를 유리관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면서 들어야 했던 것도
일곱번 째 난장이 저였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가끔씩 산너머 너머에 사는
일곱 난장이의 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공주를 사랑했던
일곱번 째 난장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대는 누구의 일곱번 째 난장이입니까?
- 배경음악 : 드라마 "가을동화" 주제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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