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영파워~사랑은 세월같은 거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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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생일에 외숙모가 은색 기관차 모양의 자동연필깎이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그때까진 아버지가 제 연필을 깎아 주셨는데, 그럼 저는 아버지 옆에서 한참을 기다려... 새롭게 검은 심을 내민 연필들을 가질 수 있었지요... 그런데 이 연필깎이는 구멍에 연필을 끼워 넣고 손잡이를 드르륵 몇 번 돌리기만 하면 예쁜 모양으로 연필을 깎아 냈습니다. 자연히 그때부턴 아버지께 연필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주쯤 지나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연필깎이가 없어졌습니다. 온 집안을 이 잡듯 뒤졌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녁이 되어 아버지가 돌아오시자 어머니가 "연필깎이 못 봤어요?" 하고 물으셨는데 아버지는 예의 그 무뚝뚝한 목소리로 "내가 갖다 버렸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전 너무 화가 나 이유도 듣지 않고 방문을 닫은 채 엉엉 울며 ’이제 아빠하고는 말도 안 할 거야. 연필 깎아 달라고도 안 할 거야’ 하고 다짐했죠...그리곤 그 다음날로 샤프를 샀습니다.
그뒤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어머니와 청소를 하다 아버지의 낡은 책장 안에서 연필깎이를 찾아냈습니다. 그때 저는 ’아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라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평소 무뚝뚝하던 아버지는 제 연필을 깎으며 저와 나누는 짧은 대화를... 행복으로 여기셨던 것 입니다. 매일 저녁 어린 딸의 연필을 필통에 가지런히 넣어 주며 나지막히"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뒤늦게 아버지의 마음을 깨닫던 날, 나는 연필깎이를 잃었을 때보다 더 깊게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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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는 ... 무뚝뚝한 우리 아빠가 생각이 났습니다. 무척 엄하고 무서우신 분이라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딸이 워낙에 이뻐서(?^^) 노심초사 걱정으로 늘 엄하게 대하셨던 울 아빠.... 울 아빠도 저의 연필 제 동생들의 연필을 깎아 주시는 걸 무척 좋아하셨어요. 아마 위 글에 나오는 아버지의 맘과 비슷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무뚝뚝한 울 아빠가 요즘은 어떤지 아세요? 아침에 글구 점심에 자기전에 꼭 문자를 보내시면서 그 연필을 깎으시던 사랑을 전하신답니다.
"영파워~ 사랑이란 세월같은 거란다...."
얼마전에 받은 울 아빠의 문자.... 정말 사랑이란 세월 같아요.....
좋은하루 되세요....
시를 사랑하는 쏘롱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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