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5동성당 게시판

할매와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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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원 [hying728] 쪽지 캡슐

2002-09-21 ㅣ No.2246

 

논길을 홀로 가는 꼬부랑 할매

걷다가는 쉬고

쉬다가는 걷고

보일 듯 말 듯

안쓰러워 벼이삭 흔들며

남풍이 따라갑니다.

허리 펴고 쉴 때마다 낟가리 위로

불쑥 올라오는 허수아비 얼굴

햇볕이 따끔따끔 쏟아집니다.

 

볼록한 가슴을 빗질하던 참새

온몸을 털며 진저리칩니다.

물끄러미 보다가

갸우뚱 갸우뚱

골똘히 생각에 잠깁니다.

멍하니 딴 생각도 해보다가

다시 할매 얼굴 쑥 내밀자

퍼뜩 떠올리는 원래 생각

미루나무 이파리가 일제히 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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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비바람을 온몸으로 이겨낸 황금 들판, 알알이 충실한 모습으로 고개 숙인

벼이삭이 참 고맙습니다. 평생을 흙손으로 들녘에서 살다 가신 꼬부랑 할매,

몹시도 그리운 가을날입니다.

 

- 샘터 (2002.9월호) 강희창님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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