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성가정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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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01-05 ㅣ No.2480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나해. 2002. 12. 29)

                                           제1독서 : 집회 3, 3∼7. 14∼17a

                                           제2독서 : 골로 3, 12 ∼ 21

                                           복   음 : 루가 2, 22 ∼ 4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바쁘게 보낸 한 주간이었습니다.  더욱이 우리가 기다리던 아기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성탄을 지내면서 성탄제를 준비하시느라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성가정이라 하면 어떤 가정을 말하는 것일까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듯 가족 전체가 세례를 받았을 때 성가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가족 모두가 영세를 하고 세례명만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만으로는 성가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성가정은 표현 그대로 거룩한 가정이고, 거룩한 가정은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룩한 생활을 해야 되는 것입니다.  이름만으로는 거룩해질 수 없는 것입니다.  가족이 서로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며, 화목하게 살아합니다.  각자 자기의 욕심만을 채우고 자기 고집만 부린다면 가족 모두가 세례를 받은 신자 가정이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또한 가정의 관심사가 학교 일이나, 직장 일이나, 학업 성적에만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기도하는 일, 착한 일하는 것 등에 관심이 없다면 성가정이라 할 수 없습니다.

  교회의 가장 작은 단위는 가정입니다.  그래서 가정을 교회라고 부릅니다.  가족이 함께 기도하지 않고는 교회다운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집이 얼마나 될까요?  여러분은 가족이 모여 아침, 저녁 기도를 같이 하십니까?  미국의 이혼율이 40%를 오르내리지만 매주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사람 중에 이혼하는 사람은 51쌍 중에 한 쌍(2%이하)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가정에서 매일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사람 중에 이혼하는 가정은 1,011쌍 중에 한 쌍(0.1%이하)이라고 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오늘 제2독서에서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뽑아 주신 사람들이고 하느님의 성도들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백성들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자녀된 사람들은 무슨 일에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어버이들은 자녀들을 못살게 굴지 마십시오.  그들의 의기를 꺾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쉽게 다른 이에게 상처되는 말을 합니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쉽게 상처를 줍니다.  "너는 왜 남들처럼 못하니",  "부모님은 우리에게 뭘 해 주셨어요",  "오빠(언니)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조그만 게 뭘 안다고 참견이야"  등등 생각 없이 내 뱉은 말 한마디가 서로의 마음에 부담과 상처를 줍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랑의 표현이나 용서가 어렵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  사랑을 실천하십시오.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완전하게 합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십시오."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먼저'하는 능동적인 사랑 방법으로 '내가 먼저' 웃고, '내가 먼저' 감싸안고, '내가 먼저' 용서해야 합니다.  그것이 성가정의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와 요셉은 모세의 법대로 정결례를 치르고 봉헌식을 올립니다.  이 정결례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남아40일, 여아80일간 불결하다고 여김. 일년된 새끼양 한 마리와 비둘기 한 마리를 속죄의 재물로 바침) 부정해진 몸을 속죄의 제사를 통해 정결해지는 것과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농산물의 첫 수확이나 짐승의 맏배, 자식들 중 첫 아들을 봉헌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이 모든 생명의 주관자이시고 인간은 그 생명의 흐름 안에서 생명을 양육하는 일을 떠맡을 뿐이며, 아무리 자신이 낳은 자식이라 할지라도 그 아이는 하느님께 속해 있지 그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혼동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생명과 선물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결실이고 자신의 분신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자녀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다 보니 불안하고 억압하게 됩니다.  하느님을 망각한 가정은 부모, 자식이라는 닫힌 울타리에 묶여 각 개인들을 억압합니다.

 

  우리는 먼저 서로를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성가정은 우리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용서하고, 먼저 사랑하고, 먼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나눌 때 진정으로 하느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성가정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가정의 주인이심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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