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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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7-04-01 ㅣ No.7436

 
          
          
          친구야...
          
          아침에 출근하면서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가슴이 찡한 글을 읽었다네..
          
          서울 쌍문동 "풀무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작가 이철환의 
          "축의금 만 삼천원"이란 글이야..
          
          약 10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친구가"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추신: 지금은 
          해남에 사는 친구는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들꽃서점"을 하고 있고,
          
          이철환작가는 
          아버지가 산동네에서 
          고물상을 하던 시절에 겪은 
          아름답고 눈믈겨웠던 
          실제 이야기를 담은 
          "행복한 고물상"
          이란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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