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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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7-04-04 ㅣ No.7444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토요일 늦은 퇴근후 85세의 친정 어머니를 모시러 근처의 동생네 집을 들렸습니다.

육신은 나의 어머니인데 정신 연령은 아기인 어머니를 모시고 저희 집으로 왔어요.

모두 학교와 일터로 나가 버리고 하루 온종일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나들이 겸 바깥 구경이라도 하실 겸 모시고 온 것입니다.  거의 걷지를 못하여 집안에만 계시는데 일요일 하루의 나들이지만 그분은 엄청 좋아 하시네요. 

 "야야, 개나리도 피고 벚꽃도 언제 이리 피었다냐? 나만 모르고 있었는갑다. 오매, 좋은것..." 어머니 말씀은 시어가 되어 향기롭게 피어 납니다.

 

아, 그러나 그 어머니가 오신 우리 집엔 또 한 어머니가 계시니 그분은 우리 신랑의 어머니시며 저의 시어머니가 똑 같은 모습으로 계시는 곳입니다.  하얀 머리에 작아진 몸집으로 , 깊게 패인 주름새긴 얼굴을 가진 두 노 할머니는 아주 멋진 모습으로 우아하게 악수를 나누며 최대한 우아한 자태로 서로의 안부를 정중하게 살피십니다. 

 

두 분은  부여 잡은 손을 놓을 줄 모르며 하시는 말씀,

' 아이구, 사돈 마님, 기체 만강 하옵시며 댁네 두루 평안하셨는지요.?..., 

어느 시대의 문안 인사인가?(후후후)

 

곧 이어 맞잡은 두손을 놓을 줄 모르며 어눌하고 기운없는 목소리의 두 어머니는 처음의 정중한 예의를 갖춘 노마님의 기품은 어디두고 하하,호호 즐거운 수다를 시작 하십니다.

 

이제 노년의 세월을 사시는 두분은  호령 호령하던 빛나는 젊은 날의 생의 중심을 지나,  자신들의 전성기를 접어 두고 아들 며느리 손주 손녀에게 삶의 중심을 주어 버리고 생의 뒤안길에 계신 듯 합니다.

 

다음날, 일찍감치 기상하신 시어머니, 친정어머니는 아침잠이 몹씨도 그리운 며느리며 딸인 저의 아침상을 잘 드시고는 또 수다를 시작 하십니다.

'아니, 저 두분이 내 흉을 보는건 아니신가?'

수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지만 그건 아닌것 같고...

친정 어머니  :  "사돈은 요즘 성당은 잘 나가시나요?"

시 어머니     :   "요즘은 잘 걷지 못하여 통 못 나가고 있어요. 집에서 기도 하지요."

 

 

잠시후 오랫만에 들른 우리의 시누이, 당신의 친정 어머니와 목욕을 가신답니다.

오호!    그럼 나도 그러해야지....

그리하여 각자의 친정 어머니와 팔짱끼고 각각 다른 곳으로 세정 작업(?)을 하러 갔습니다.   잘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들은 조심 조심 각자의 딸들을 의지하여 신나는 행진을 시작 하셨습니다.  시어머니와 함께하던 목욕을 그날은 친정 어머니와 함께 갔습니다.

 

내 나이 오십을 넘어 한 집안의 중심에 있는듯 합니다.

남편과 자식들도 아내, 엄마 사랑을 부어 주어야 윤기나는 삶을 살아가며,

노년의 세월을 살고 계신 두 분 어머니도 저의 끊임없는 사랑과 헌신, 손길을 부어야만 온화한 생활이 되는듯 합니다. 어느때는 모두 두고 살짝 일탈하고 싶은 인간적인 마음이 들때도 있지요.  머리 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하지만 내 손이 필요한 두 분 어머니가 계시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 제 삶이 행복 한 것이지요. 저  건강하여서 두 분 어머니를 살필수 있는 자식이니 좋고,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이며 두 아들이 사랑해 주는 어머니인 나, 이 보다 더 좋을순 없지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손길을 부어 줄 모두에게...

 자신에게 힘내자고   아-자, 아-자,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나안의 나여, 예수님의 자녀답게 새로이 부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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