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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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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5-21 ㅣ No.8455

아이러브 스쿨 - #24

 

평소 하지않던 공부를 하려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작년에 연수와 함께 공부를 해보긴

했지만 그래도 공부는 어려웠습니다. 분명히 오늘 배운 내용인데도 집에서 책을 펴보면

잘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물어 볼 수 도 없었습니다.

 

학교에 다녀와서 밭에서 일하시는 엄마를 도와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해가 산넘어로

지고 있었고 밥을 먹고나면 곧 졸음이 밀려왔지만 그럴때마다 대행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자식, 꼭 이겨버리고 말꺼야...’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나아지면 좋을테지만 공부를 해도해도 알 수 없는것 투성이

었습니다. 그런 내마음도 모른채 은경이는 매일같이 자기와 놀자고 합니다.

 

        "오빠... 요즘 무슨일 있어? 왜 그렇게 밖에도 안나와?"

         

        "오빠 바뻐..."

         

        "참 이상한 일이네..."

 

은경이도 알수 없다는 듯이 입을 쭈뼛거립니다. 밖에 나가서 누렁이와 함께 뛰어놀고

싶었지만 조금 참기로 했습니다. 그대신 대행이 코를 납작하게 해줄겁니다.

 

        "민우야... 공부 잘 돼?"

         

        "잘 모르겠어..."

 

풀이죽어있는 대답을 연수에게 했습니다. 하지만 연수는 그래도 밝게 나에게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것이 있으면 말해... 내가 도와줄께..."

         

        "그래... 고마워..."

 

하지만 지난번처럼 연수의 도움만을 받으면서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내 힘으로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럼 이걸 보면 조금 도움이 될꺼야..."

         

        "이거 전과잖아?"

         

        "응..."

         

        "그럼 연수너는 뭘로 공부하려구?"

         

        "응... 나는 한권 더 있어... 이걸로 공부하면 도움이 좀 될꺼야"

         

        "고마워... 정말루..."

 

이쁜 포장지로 싸여진 연수가 건네준 전과를 펼쳐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이곳저곳

연수가 공부하면서 적어놓은 글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연수가 정리해 놓은것은 정말

알아보기도 쉽고 이해도 잘되는것 같았습니다.

 

내가 공부할때마다 내 옆자리를 대행이가 지나가면서 한번씩 비웃고 가는것이 느껴

졌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야... 배달... 니가 공부한다고 시험을 잘볼것 같냐? 공부는 아무나

        하는게 아냐..."

         

        "나도 할 수 있어..."

         

        "꿈도 야무지다... 넌 그냥 앞으로 계속 배달이나 해라..."

         

        "널 꼭 이길꺼야..."

         

        "푸하하... 꿈도 야무지다..."

 

대행이 옆에 따라다니던 아이들도 한꺼번에 웃어제낍니다. 화가났지만 나는 참았습니다.

더이상 대행이와 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야... 우리는 축구나 하러 나가자... 촌놈 공부하는거 방해하지 말구..."

         

        "하하하..."

 

아이들 모두 나를 비웃으면서 우르르 교실을 나갔습니다. 그 뒤에 먼발치에서 연수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것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내가 또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런 연수에게 나는 씨익 웃어주었습니다.

 

        ’이젠 더이상 싸우지 않을꺼야...’

 

아까부터 풀던 산수문제는 뭐가 잘못됐는지 자꾸만 답이 틀리게 나왔습니다. 공책을

지우개로 지우다가 너무 많이지워서 공책이 북 하고 찢어졌습니다. 휴 하고 한숨이

나왔습니다.

 

        "민우야... 내가 좀 도와줄까?"

         

        "응... 이문제가 잘 안풀리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어..."

         

        "어떤문젠데?"

 

연수가 내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문제를 풀어주었습니다. 연수는 쉽게 푸는 문제인데

나는 풀지 못해서 조금 창피하기도 했지만 도와주는 연수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풀면 되는거야..."

         

        "그런데 왜 난 자꾸 안됄까? 머리가 아무래도 나쁜가봐..."

         

        "아냐... 그렇지 않아... 민우는 작년에도 공부해서 성적이 많이 올랐었잖아."

         

        "정말 내가 머리가 나쁘지 않을까?"

         

        "그러엄... 난 알 수 있어..."

         

        "헤헤... 고마워"

 

아이들이 교실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습니다. 연수와 같이 공부하는 나를 보고 누군가가

소리쳤습니다.

 

        "야...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다..."

         

        "와하하...."

 

연수가 얼굴이 빨개져서 자기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나도 좀 팡피하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나는 온달이고 연수는 평강공주같습니다. 이야기처럼 평강공주가 바보온달을

공부도 가르쳐주고 나중에 훌륭한 사람을 만들것 같습니다.

 

 

6학년 1학기를 마쳐가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이젠 많이 더워져서 집으로 돌아가서는

우물가에서 등목부터 했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책상앞에 앉았습니다.

연수가 빌려준 전과에는 내가 공부하면서 적어놓은 글자들로 빽빽하게 들어차있습니다.

이대로 연수에게 돌려주면 미안할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연수에게 돌려줄때는 모두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워서 돌려줘야 할것 같습니다.

 

시험 날짜도 하루하루 가까워오고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학교를 마치고 연수는 나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전과에 나와있는 문제중에서 이제 내가 풀지 못하는

문제는 없는것 같았습니다. 내가 풀었던 문제를 하나하나 동그라미를 쳐 놓았는데

이젠 거의 모든 문제게 동그라미가 쳐져 있습니다.

 

        "민우는 이번에 시험 잘 볼꺼야..."

         

        "정말? 연수 네가 어떻게 알어?"

         

        "난 알 수 있어... 민우가 얼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두 알구..."

         

        "나두 시험 잘 봤으면 좋겠어. 그래서 대행이 그놈 코도 납작하게 해주고

        엄마도 기쁘게 해드리고..."

         

        "꼭 그렇게 될꺼야..."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들 모두 시험준비를 하는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대행이는 별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것 같지 않았습니다. 쉬는 시간만 되면

밖에서 아이들과 놀았습니다.

 

        "야... 촌놈... 공부 잘 되가냐? 이번에 날 이길 수 있겠어?"

         

        "......"

         

        "촌놈이 공부하다 벙어리가 됐나?"

         

        "이번에 꼭 널 이길꺼야..."

         

        "희망사항이겠지.... 하하하"

 

그래... 몇일 안남았습니다. 꼭 대행이를 이길겁니다.

 

방과후에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조금 더 남아서 공부를 하려고

했습니다. 연수가 빌려준 전과를 보면서 자꾸만 연수가 생각났습니다. 연수는 오늘

바쁜일이 있다고 먼저 집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운동장에서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일인가 궁금해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운동장에는 지난번에 보았던 연수네 차가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차에서 연수 엄마와

연수가 내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무슨일일까요. 연수와 연수 엄마는 운동장을 지나 교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교무실 근처에서 무슨일이 있는지 서성거렸지만 연수와 연수 엄마는 곧 교무실을

나와서 다시 차를 타고 운동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공부를 다시 하려고 자리에 앉았지만 자꾸만 아까 보았던 연수와 연수 엄마가 생각

났습니다. 연수와 연수 엄마가 처음 학교에 오셨던 날도 이렇게 차를 타고 오셨었는데

오늘도 차를 타고 오셨습니다.

 

연수가 없으니 공부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할것 같습니다.

이번에 내가 대행이를 이길 수 있을까요... 연수가 도와줘서 많이 도움은 됐지만

그래도 조금 불안하긴 합니다. 대행이에겐 이길수 있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런데 연수네 엄마는 왜 학교엘 오셨을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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