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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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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5-21 ㅣ No.8456

아이러브 스쿨 - #25

 

하루하루 시험날이 다가오면서 마음은 조급해 졌습니다. 거기다 대행이는 계속해서

나를 비웃고 지나갑니다. 몇일전에 학교에 오셨던 연수 어머니께서 왜 오셨는지

궁금했지만 연수는 나에게 아루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뭐 선생님을 뵐일이

있으셨나봅니다.

 

이제 내일이면 시험이 시작됩니다. 6학년 1학기를 정리하는 기말고사입니다.

아이들 모두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연수도 나와함께 학교에남아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말 내가 시험 잘 볼 수 있을까?"

         

        "그러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아... 민우는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시험도 잘 볼꺼야..."

         

        "그래도 많이 공부 못했는데..."

         

        "꼭 시험이 이번에만 있는건 아니잖아... 그치?"

         

        "그건 그렇지만..."

         

        "이번에 못보면 다음에 더욱 잘 보면 되지 뭐..."

         

        "그래도 대행이를 빨리 이기고 싶단 말야... 하지만 대행이는 워낙에 공부도

        잘해서..."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 사람은 공부잘하는것 보다 바르게 사는게 더

        중요하다고 하셨어..."

         

        "정말 그럴까?"

         

        "그렇다니까..."

 

학교에서 돌아오는길에 연수가 해준 말에 나는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연수 네가 도와주니까 힘들지 않고 괜찮아..."

         

        "나두 그래..."

 

연수네 집앞까지 연수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학교에서 연수네집까지 오는 길이 오늘따라

왜이렇게 짧은것같은지 모르겠습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써 연수네 집앞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

         

        "뭐 이정돌 가지고... 헤헤..."

         

        "우리 내일 시험 잘 보자..."

         

        "그래... 나도 정말 시험 잘보고 싶어"

         

        "민우는 할 수 있을꺼야..."

         

        "나 그만 갈께..."

         

        "그래... 안녕..."

 

집으로 돌아가려고 뒤돌아서서 골목을 빠져나갈때 쯤 갑자기 연수가 나를 불렀습니다.

 

        "민우야..."

         

        "왜애?"

 

집 대문 앞에서 무언가를 나에게 이야기 하려고 하는것 같다가 결국 연수는 아무일

아니라는듯이 말했습니다.

 

        "아냐... 잘 가라구..."

         

        "그래.... 너두 잘 있어... 내일 보자."

 

연수가 무슨말을 하려고 한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내일

시험을 생각했습니다. 많이 노력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

습니다. 그래서 대행이 코를 납작하게 해버리고 싶습니다.

 

집에는 은경이가 누렁이와 마당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오빠 늦었네?"

         

        "너는 공부 안해? 너도 내일부터 시험이잖아..."

         

        "공부? 뭐 그런거 꼭 해야 시험 잘보나 뭐... 난 그냥 시험봐도 잘 볼 수 있어"

         

        "그래도 시험준비를 해야지..."

         

        "치이... 왜 갑자기 선생님같은 말을 하는거야? 난 누렁이랑 노는게 좋아"

 

은경이에게 꿀밤을 한대주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내일 시험과목을

펼쳐보았습니다. 연수가 빌려준 전과는 여기저기 적어놓은 글 때문에 많이 지저분

해졌습니다. 그것을 볼때마다 열심히 공부한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연수가 도와준 만큼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밖에서는 누렁이가 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났습니다. 아이들 모두 시험이 끝날때마다 서로 답안지를 맞춰보며

시험을 잘 보았는지 못보았는지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대행이는 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모든문제의 정답을 마치 자기가 문제를 낸것처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대행이는 공부를 잘하니까 아이들을 모두 그 말을 믿는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동한 공부한것과 연수가 빌려준 전과덕분에 예전보다 시험을 잘 본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행이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평소에 공부를 잘 했더라면

아이들이 대행이에게 몰려가서 답을 물어보는것 처럼 나에게도 물어보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니 대행이에게 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우야 어때? 시험 잘 봤어?"

         

        "응... 연수 네가 빌려준 전과때문에 잘 본것 같아..."

         

        "아냐... 너 열심히 공부했잖아."

         

        "그래도 연수가 없었으면 힘들었을텐데..."

         

        "그런데 민우야..."

         

        "응?"

         

        "아냐... 아무것도..."

 

연수가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 말을 멈추고는 자기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시험 성적 발표가 납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내 생각엔 다른아이들이 말하는 답을 모두 맞춘것 같은데...

자꾸만 가슴이 떨려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떨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아이들 모두 웅성거리며 시험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대행이가 나에게 오더니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이야기 했습니다.

 

        "야... 촌놈... 너 이번에 시험 잘 봤다면서? 소문 다 났더라?

        촌구석에서 용났구먼... 하하하"

 

그런데 이상합니다. 등교를 마칠 시간이돼었는데도 연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나보다 일찍와서 교실에 들어오는 나에게 인사해주던 연수가 오늘따라 많이

늦습니다. 이제 수업시작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연수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것 같습니다. 혹시 많이 아픈걸까요?

 

아침조회시간에 선생님께서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선생님 손에는 출석부와

지휘봉, 그리고 성적표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아이들 모두 웅성웅성거렸습니다.

 

        "자... 오늘 조회시간엔 조금 섭섭한 이야기를 하겠어요...

        그동안 우리와 같이 지냈던 연수가 다시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됐어요...

        갑자기 떠나게되서 우리반 친구들에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간다고 미안하다고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어요.

        서울로 전학가서 꼭 편지 쓰겠다고 했으니까 섭섭하더라도 나중에 커서

        연수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도록 하세요... 모두 알았죠?"

         

        "네에..."

 

아이들 모두 씩씩하게 대답을 했지만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연수가 다시 서울로 전학을 가버렸습니다. 나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전학을 가버렸습니다. 연수가 앉아있던 자리가 비어있는 이유를 이제는 알수 있습니다.

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가버렸을까요... 연수는 내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

했는데 연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걸까요...

 

        "자... 지난번 기말고사 성적표를 나눠주겠어요. 특별히 이번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아주 많이 오른 친구가 있어요...

        한민우...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나는 멍한 정신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도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민우는 이번 시험에서 2등을 했어요..."

         

        "우와...."

 

아이들 모두 놀라는 표정들입니다. 연수도 이 이야기를 같이 들었으면 참 좋아했을것

같은데...

 

        "다른 친구들도 모두 민우처럼 열심히 공부하기 바래요... 알았죠?"

         

        "네에..."

 

        "그리고 1등은 오늘 전학을 간 연수가 했어요. 연수가 전학을 갔으니까 민우가

        우리반 1등이네..."

         

        "와아...."

 

아이들 모두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앞에 앉아있는 대행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대행이는 3등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대행이를 이겼는데 연수가 없습니다.

저 앞의 빈 자리에 연수가 앉아서 같이 축하해주고 기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 모두 박수를 쳐주고 축하해주었지만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기뻐야 하는데....

아주 많이 신나야 하는데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져서 성적표에 떨어졌습니다.

 

나는 연수네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혹시 지금이라도 가보면 연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도 이 성적표를 보여주고 내가 대행이를 이겼다고, 그것이

모두 연수 덕분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습니다. 성적표를 들고 읍내로 숨이차도록

뛰었습니다. 제발 연수가 아직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연수네 집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대문은 활짝 연린채로 집안은 가구 하나 남기지 않고

텅 비어 있었습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연수네 집은 종이조각 몇개가 뒹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내가 대행이를 이겼는데... 이렇게 당당하게 이겼는데... 그래서 연수에게 보여주려고

성적표도 가져왔는데... 연수는 가버렸습니다.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연수가 같이 기뻐해주길 바랬는데...

 

텅빈 연수네 집앞에서 나는 바보같이 서있었습니다.

양 볼을 따라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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