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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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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5-21 ㅣ No.8457

아이러브 스쿨 - #26

 

새벽에 잠을 깼습니다. 또다시 꿈을 꾸었습니다. 성적표를 한손에 들고 아무도 없는

연수네 집 앞에 혼자 서 있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이지만 눈물이 나오는것

같습니다.

 

잠에서 깬 나는 벌컥벌컥 물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책상위에 놓여있는 시장에서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연수는 지금 어디 있는것일까요...

잠에서 깬 나는 좀처럼 다시 잠을 청하지 못했습니다. 눈을 감아도 잠이오지 않았

습니다. 결국 창밖이 훤하게 밝아오는것을 뜬눈으로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대충 세수를 하고 오늘은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어깨에 카메라 가방을 하나 둘러메고

자취방 문을 잠근채로 사진관으로 향했습니다. 새벽녘의 공기는 쌀쌀했습니다.

사진관에 도착해 이곳저곳 청소를 하고 있는중에 사장님께서 출근하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녀석, 일찍왔구나..."

         

        "네... 안녕하셨어요?"

         

        "오늘 스케쥴이 뭐였더라?"

         

        "야외촬영 두건이요."

         

        "두건이라... 토요일치고는 적당하네..."

 

새봄이 찾아오면서 이곳저곳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덕분에

사진관도 많이 바빠졌습니다. 오늘은 토요일... 야외에서 따스한 봄 햇살을 맞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새벽녘 공기는 쌀쌀해도 한낮은 이젬 봄입니다.

 

토요일 고궁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여기저기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사진을 찍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쉽게 눈에 뜨입니다. 그런 예비 신혼부부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아직은 젊은 연인들도 보입니다. 가족들끼리 고궁으로 놀러온 사람들도

간간히 보입니다. 토요일 고궁은 이런 사람들이 살고있습니다.

 

        "신부가 조금 더 신랑쪽으로... 그렇지... 신랑은 뭐하나...

        웃어야지... 오케이... 그대로..."

 

사장님이 연신 신랑 신부에게 주문을 하시면서 사진을 눌러대십니다. 저는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노출값을 알려드리고 잔심부름이나 하고 그러죠 뭐...

 

        "민우야..."

         

        "네..."

         

        "앵글 한번 잡아봐라... 어디가 좋겠니?"

         

        "글쎄요.. 평소에 저쪽 처마끝 부분과 소나무가 어우러지는 곳을 같이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럼 한번 가보자"

         

        "그래도 사장님 좋으신걸로 해야죠..."

         

        "너두 언제까지 조수만 할꺼야?"

         

        "그건 아니지만..."

         

        "네 능력을 키워보자구..."

 

가끔씩이지만 이렇게 저를 배려해주시는 사장님덕분에 제가 사진을 배울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갑자기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잠깐 쉬며 점심을 먹던 저는 급히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빠야?"

         

        "그래... 니가 웬일이냐? 뭐 필요한거 있니?"

         

        "치... 내가 전화하면 다 그런건가 뭐..."

         

        "지금까지 그랬잖아..."

         

        "아냐... 그런거..."

 

은경입니다. 이 철없는 애가 무슨 일일까요. 또 사고를 쳤나요?

 

        "무슨일이야?"

         

        "오빠한테 재미있는 얘기 해주려구..."

         

        "재미있는 얘기? 그게 뭔데?"

         

        "나 결혼하기로 했어..."

         

        "결혼? 정말? 니가? 누구랑?"

         

        "아휴... 하나씩 물어봐..."

         

        "어서 말해봐... 누구랑? 너.... 혹시..."

         

        "그래. 내가 결혼해줄 사람이 일만이 오빠밖에 더 있어?"

         

        "그래? 하하하... 너 일만이 싫다구 튕길때는 언제구?"

         

        "그냥 불쌍해서 못봐주겠더라구..."

 

은경이가 시집을 간다구요. 철없게 여겨지기만 했던 은경이가 시집을 간다구요.

세상 참 오래 살고볼 일입니다. 게다가 신랑이 일만이라구요... 하하...

참 세상 넓고도 좁은가 봅니다.

 

        "그런데 엄마랑 나랑 걱정이야..."

         

        "걱정? 무슨 걱정?"

         

        "오빠두 아직 장가 안갔는데..."

         

        "뭐 그런걸 가지구 그러니... 여동생이 오빠보다 시집 먼저가는 집

        많이 있더라"

         

        "오빠가 나보다 먼저 장가가면 좋을텐데... 그치?"

         

        "네 친구들 중에 좋은 사람 소개시켜 달라니까..."

         

마음에 없는 소리가 튀어나옵니다. 혹시나 이 이야기를 연수가 들었으면 안되는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게 됩니다.

 

        "그래... 내일 내가 집으로 내려갈께... 내려가서 얘기하자"

         

        "알았어 오빠... 엄마한테 말씀 드릴께"

 

은경이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참 낯설면서도 신기하게 들립니다.

 

다음날 저는 아침일찍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오랫만에 타는 고속버스 냄새가 좋습니다.

버스 창가로 스쳐가는 가로수를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고향으로 가는것은 저에게

또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그곳에가면 연수의 기억을 다시 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집에 도착한 저는 어머니, 은경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랫만에 내려온

저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머니도 이젠 많이 늙으셨습니다. 은경이는 자기가 언제

일만이가 싫다고 했느냐고 펄쩍 뜁니다.

 

        "제 신경은 쓰지 마세요. 둘중에 누가 먼저 결혼해도 상관 없어요"

         

        "그나저나 너두 어서 좋은 여잘 만나야 할텐데..."

         

        "어디 잘 있겠지요 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오빠 아직 연수언니 기다리고 있지? 그치?"

         

        "짜식... 쓸데없는 소린..."

 

저녁을 먹기전에 잠시 밖엘 나왔습니다. 알수없게 발걸음은 학교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학교로 가고있는것을 은경이가 보았는지 종종걸음으로 나를 뒤따라 옵니다.

 

        "오빠 또 학교 가보려구?"

         

        "아니... 뭐 그냥 바람이나 쐬려구..."

 

제가 다니던 학교는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처럼 작아진 느낌이었습니다.

저 축구 골대는 내가 뛰어올라도 손이 닿지 않는 높이였는데 이젠 가치발만 해도

손에 잡히는 높이로 낮아져 버렸습니다.

교실의 책상도 의자도 모두 줄어져 버렸습니다. 나는 그대로인데 모든것이 줄어든것

같았습니다.

6학년 교실에 연수가 앉았던 자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내자리는 연수 자리보다

훨씬 뒷쪽 자리였습니다. 알수없는 미소가 입가에 그려졌습니다. 지금나는 국민학교

6학년입니다.

 

학교의 구석구석에 연수와 저의 추억이 아직 그대로 배어있었습니다. 학교 정문을

나와 연수네 집으로 가던 읍내길은 많이 변해있긴 했지만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은경이와 나는 이런저런이야기를 하면서 읍내로 걸어갔습니다. 예전에 극장이 있던

자리는 커다란 슈퍼마켓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연수의 기억은 그곳에

살아 있었습니다.

 

        ’나두 이거 보구싶었는데 보러갈 친구가 없었거든... 민우 너랑 같이 보구 싶어’

 

연수와 같이 만화영화를 보던날이 생각납니다. 그날의 만화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연수와 같이 마셨던 사이다의 맛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연수가 살고있던 집은 개조를 해서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연수 방으로 쓰던

곳은 창문이 굳게 닫혀져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신문을 돌리려고 이곳으로

올때의 설레임이 지금도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에인데도 집앞 대문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던 연수가 지금도 기다리고 있을것 같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은경이 결혼준비에 오빠가 도움을 많이 줘야 하는데

그럴만한 능력이 없는것이 많이 죄송스럽습니다.

저녁을 먹고나서 일만이를 만나러 가기로 했습니다. 짜식... 오랫동안 쫓아다니더니

결국엔 결혼을 하는군요.

 

        "너 앞으로 나한테 형님이라구 불러야 되는거 알지?"

         

        "내참 치사해서..."

         

        "그래도 촌수는 따져야지 임마... 하하하"

         

        "너랑나랑 결국 이런 사이가 되는구나."

         

        "그러게 말야..."

 

어릴적 친구와 기울이는 술잔은 끊일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제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놈은 일만이 밖에 없는데...

 

        "애들이 다음달에 동창회 한번 하자더라"

         

        "동창회? 다큰놈들이 뭐 동창회는..."

         

        "그래도 어떻게들 사는지 보면 재밌을것 같지 않아?"

         

        "그렇긴 하지..."

         

        "그리고 말야..."

         

        "그리고 뭐?"

         

일만이가 갑자기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연수도 아마 올꺼야..."

 

갑자기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습니다. 잘못들은건 아니겠죠? 연수가 온다구요?

 

        "연수가? 니가 어떻게 알아?"

         

        "너한텐 얘기 안했었는데 얼마전에 나를 한번 찾아왔었어"

         

        "정말? 연수가? 여길 왔었다구?"

         

        "너한테 얘기하지 말라고 부탁을 하길래 이야기 안하려고 했는데..."

         

        "무슨 얘기야... 어서 해봐... 무슨 일이 있었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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