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유어라이프!!

인쇄

안정옥 [jjoan] 쪽지 캡슐

2002-10-29 ㅣ No.2766

 

 

 

한 낮의 4호선은 한가하다.

어디 전철만 한가한가. 손님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

바쁜사람 없어 보이는 지하철 안에서

하품으로 벌어진 입을 손으로 가리며

앞자리에 앉은 손님들 면면이나 살펴보려 하는데...

 

방금 열렸다가 닫힌 문앞이 왁자하더니,

짐작대로 잡상인 아저씨의 모습이 보인다.

 

아저씨는 무릎아래가 없는 장애인이다.

아저씨의 주력상품은 어린이용 반지인 듯,

파란색 꽃 잎파리가 화려한 반지를 들어 보이며

여유있게 상품설명을 시작한다.

 

"이 반지는 시중에 없어요.

왜 없냐구요?  

아, 사는 사람이 없으니까 팔지를 않지요."

 

아저씨의 대사가 이어진다.

 

"이 반지는 은이 아니에요.

아,죽었다 깨도 은은 아니에요."

 

아마  반지가 은반지냐고 묻는 사람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장애인들이 만들어 파는 반지라는 설명으로 끝을 맺은 아저씨.

 

여기 저기서 반지를 달라고 하는데 사람들 마다 얼굴에 미소가 숨어있다.

 

다음칸으로 가는 아저씨에게 끝자리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예의 그 질문을 했나보다.

 윙크와 함께 던진 아저씨의 마지막 대사.

 

"아, 절대로 은이 아니라니까요.

올림픽 금메달도 금이 아니잖아요."

 

청 사파리에 청바지를 입고 무릎 바로 아래 부분에 주황색 운동화를 단정하게 신은(?) 아저씨의 경쾌한 차림새처럼, 역시 아저씨의 태도도 밝고 당당하다.

 

오, 부라보 유어라이프!!(부디...)

 

 

 

 

 



3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