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성당 게시판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게, 그게 봉사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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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섭 [wansub69] 쪽지 캡슐

2001-02-11 ㅣ No.3555

 

   올 봄에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정진주양은 이번 겨울방학에 자원봉사활동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유는 점수 때문이 아니라 평소 격주로 하는 봉사로는 뭔가 아쉬워 시간 여유가 있는 방학기간에 더 봉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천 역곡동에 사는 정양은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때 춘의종합사회복지관이 모집한 청소년 동아리에 신청, 활동하면서 봉사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교대로 수화동아리 활동과 근처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서 음식을 나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평일에는 봉사를 하고 싶어도 학교 수업때문에 어렵잖아요. 방학이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뿐이에요."

    정양은 방학이 되자 수화동아리인 ’다솜동아리’의 봉사활동 외에 더 봉사하고 싶어서 복지관에 봉사할 곳을 문의, 복지관 주변 아파트에 사는 홀몸 노인을 소개받아 방문하고 있다.

   "할머니가 허리가 아파 주물러 드렸더니 ’팔이 아프지 않느냐. 그만하라’며 오히려 저에게 신경 써주세요. 할머니에겐 딸이 하나 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찾아오지 못한대요. 할머니에게 친손주처럼 애교도 부리고, 앞으로 방문하지 못하게 되면 전화도 드릴거예요." 정양은 또 학교 동아리 ’양호부’ 담당 교사의 안내로 시립아동병원도 방문,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장애아동을 돌보았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시립아동병원을 방문하려면 미리 예약을 한 뒤 오전 학원 공부가 끝나자마자 전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2시간 정도 가야 했다. 같이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친구가 포기해 혼자서 방학 중 7일간 방문, 봉사했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돌보며 목욕시키는 일을 보조했어요. 처음에는 아이가 보채서 애를 먹었지만 봉사시간이 끝나고 돌아올 때는 아이가 안떨어지려고 해 마음이 아팠어요."

    2년전 선배 언니를 따라 장애인 시설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장애인들이 낯설어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전과 달리 버스를 탔을 때 노인이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게 되고, 길을 가다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면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말을 걸고 도와주려는 행동도 그 동안 봉사활동의 결과다. 그런 그를 친구들은 "나는 못하는데 대단하다"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교실에서도 아픈 친구가 있으면 진주를 먼저 찾는다.

    "봉사활동은 동정이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해요. 봉사 대상이 혼자서 일어설 수 있도록 단지 보조역할만 할뿐,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하는 거라고 봐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덜렁대던 행동도 바뀌고 있다는 정양은 봉사활동을 생활의 일부로 계속할 것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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