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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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DDALGI] 쪽지 캡슐

2000-04-07 ㅣ No.1023

       

영화 감독 은석(이정재)은 인터뷰에 관한 영화를 찍고 있습니다.            

그는 사랑을 주제로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을 찍어가던 중, 남자친구를 군대에(백골부대 ^^)

보냈다는 미용사 보조 영희(언제봐두 넘 이쁜 심은하 ^^)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죠.            

하지만 미용사 시험이 있던 날 영희는 말없이 사라지고, 이제 은석은 사실은 그녀가        

남자 친구를 군대에 떠나보낸 미용사 보조가 아니라 자신이 프랑스 유학 시절 필름에 담은   

적도 있는,  전혀 다른 사연을 가진 무용수 영희라는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변혁 감독의 장편 데뷰작 ’인터뷰’는 묘한 매력을 지닌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무덤 사진을 간직하며 그처럼 영화를 통해       

진실의 의미를 찾으려는 영화 청년 은석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용수 영희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카메오 출연한 배우 추상미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헷갈리는...)     

인터뷰의 기록이기도 하고, 또한 영화 만드는 과정 그 자체에 대한 애정어린 다큐멘타리   

이기도 합니다.            

작품 초반부에서 전체 줄거리를 단편적으로나마 결말을 내고, 이미 관객에게 알려진       

사실 하나 하나의 진실에 대해 또다른 시각에서 접근해가는 방식과,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영화 배우(권민중)등과 인터뷰 내용 속의 등장인물들이 어울러져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고 해체하는 구조는 일찌기 우리영화에선 경험하기 힘들었었지요.              

그리고... 이정재나 심은하 같은 소위 잘나가는 스타가 절대 드러내려 하지 않고 작품 속에

숨어주는 연기도 멋졌답니다. 이 두사람의 애잔한 러브 스토리를 기대하시고 보신다면

좀 실망하실지도 모르지만...              

음... 그렇다고 이 영화가 감독 개인의 실험을 위해 관객의 재미를 저당잡힌 영화라고는

못하겠네요.       

구성에서 오는 반전과 되새김의 재미도 솔솔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느낌의       

인터뷰 장면들이 전해주는 현실에서의 드라마는 중간 중간 산만해질 뻔한 영화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으니까요.                

편집실에서의 은석의 모습으로 담담하게 끝맺는 엔딩 이후에도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픈  

느낌이 드는 건 아무래도 그러한 장점에 기인하는 것이겠지요.              

’인터뷰’를 보고 나서는, 뜻하지 않게 초대받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진수성찬을       

대접받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마다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제 느낌에 공감하실지는

모르지만 간만에 마음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남은 오후시간도 즐겁고, 기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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