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잃어버린 과거(없어진 사진첩)

인쇄

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2-09-18 ㅣ No.3921

 

수마가 할퀴고간 자리에서...

 

 

*****************************************************

제목 : 잃어버린 과거 (물에 젖은 엘범)

*****************************************************

금번 수해로 인하여 家屋이 파괴되고 침수되는 등...

온갖 가재도구와 의류 일체가 물에 잠기어 가슴 아프기 이를데 없습니다만, 그중에서도 큰 손실이 저는 바로 冊과 사진(寫眞)들이 몽땅 못쓰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싼 월사금내고 댕긴 학교에서 오직 남은 것은 "추억의 사진들" 이것인데...

어쩌면 고향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년마다 받은 많은 賞狀과 또 卒業狀들 보다도 더 소중했던것이 바로 "졸업앨범"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老母께서는 심심할 때마다 또 故鄕을 떠나 멀리 客地에서 생활하는 자식녀석이 보고 싶으실 때마다, "졸업엘범"을 꺼내 보시곤, "제 새끼가 가장 잘 난 것 처럼 보여서" 항상 흐믓해 하셨을 터인데...

...............................................

TV에서 방영된 수해지역 프로그램에서 어떤 老母가 자식들의 사진첩과 학교 엘범을 江가에서 물로 씻으며 말리는 모습을 보곤, 얼마나 가슴이 뭉쿨했는지 모릅니다.

잃어버린 물건이야 돈을 주고 살 수나 있지만, 30년, 40년, 50년전의 그 많은 세월간의 모든 추억이 담긴 그 사진은 이제 어찌 살 수 있나요?

머릿속에 기억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우리들의 村 어머니들은 심지어 문지방 바로 윗편에 액자로 사진틀을짜서 비록 흑백이지만 "조상님들과 친지 및 가족들의 사진을 빽빽하게 붙어놓곤 그것을 수시 드나들며 처다 보시곤 했었는데..."

..............................................

금번 수해를 당한 한집에서 거의 리어커로 하나쯤 됨직한 많은 사진첩과 엘범이 흙탕물과 오물로 번벅되어서 마당에 내굴렁쳐저있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그 사진첩에는 아들의 귀한 돐사진도 있었고, 당신 자신의 칠순잔치 사진도 있었고, 마누라의 처녀때 사진과 학교 엘범도 있었으나, 물에 쩔떡 붙어서 그 내용을 알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옛추억을 단하나라도 더 건저보려고 앞집 방앗간의 지하수 물을 애걸볼걸하여 겨우 한  바켓스 떠왔으나 건진 것은 단 몇장 뿐이었습니다.

그땐 수해지역에 물도 나오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

잃어버린 과거를 다시 찾는 방법은 아무래도 더 깊은 사랑뿐일 것만 같사옵니다.

어쩔수 없는 현실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이제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老母의 마음을 감싸서 그것을 잊도록 해 드려야 겠습니다.

老母의 그 아픈 가슴에 사랑만을 듬뿍 채워 드려서, 과거에 집착치 않게 만들어 드릴랍니다.

이런 작은 "사랑의 마음"으로 그냥 창을 열었습니다.

 



5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