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할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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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논길을 홀로 가는 꼬부랑 할매 걷다가는 쉬고 쉬다가는 걷고 보일 듯 말 듯 안쓰러워 벼이삭 흔들며 남풍이 따라갑니다. 허리 펴고 쉴 때마다 낟가리 위로 불쑥 올라오는 허수아비 얼굴 햇볕이 따끔따끔 쏟아집니다.
볼록한 가슴을 빗질하던 참새 온몸을 털며 진저리칩니다. 물끄러미 보다가 갸우뚱 갸우뚱 골똘히 생각에 잠깁니다. 멍하니 딴 생각도 해보다가 다시 할매 얼굴 쑥 내밀자 퍼뜩 떠올리는 원래 생각 미루나무 이파리가 일제히 떠듭니다.
거친 비바람을 온몸으로 이겨낸 황금 들판, 알알이 충실한 모습으로 고개 숙인벼이삭이 참 고맙습니다. 평생을 흙손으로 들녘에서 살다 가신 꼬부랑 할매, 몹시도 그리운 가을날입니다.
- 샘터 (2002.9월호) 강희창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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