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사순 제3주일 복음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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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헌 [heonheon] 쪽지 캡슐

2000-03-25 ㅣ No.650

  오늘 복음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평소의 예수님 답지 않은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폭력을 휘두르고 계십니다.  복음서 어디에도 예수님께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유독 오늘 복음에서만,  예수님의 분노가 얼마나 대단하셨는지 몰라도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마구잡이로 휘두르시며 성전 뜰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리셨습니다.  예수님 채찍의 표적은,  성전 뜰에 자리를 잡고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하느님께서 머무르신다고 믿고 있는 성전이 수도 예루살렘에만 있었기 때문에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고 제사를 봉헌하기 위해서는 예루살렘을 찾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성전에서 제사를 드릴 때 바칠 제물ㅡ 소나 양이나 비둘기ㅡ 을 그 먼 고향에서 예루살렘까지 직접 가져 올 수는 없는 법입니다.  변변한 교통 수단이 없던 그 때 형편으로는 예루살렘에 와서 제물로 드릴 동물을 장만할 수 밖에 없었기에,  성전 뜰에 장사꾼이나 환전상이 모여 들어 시장을 이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성전에서 하느님께 제사를 봉헌하고자 하는 백성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전 안에 조성된 그 시장은 전국에 퍼져있는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이권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규모일 것입니다.                                  문제는 이 시장이 왜 성전 바깥에 설치되지 않고 성전 안쪽의 마당에 형성되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성전 안에 시장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전을 관리하는 사제들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상인들은 일정 액수의 자릿세와 커미션을 사제들에게 제공하고 성전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야말로 상인들과 사제들 사이에 이 엄청난 이권을 둘러싸고 더러운 거래가 있었을 겁니다.   상인들과 사제들은 서로 공모하여 성전 안마당에 독점적인 시장을 조성함으로써 양쪽 모두 엄청난 규모의 돈을 벌어들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분노하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필요에 의해서 발생한 상거래가 문제가 아닙니다.  그 상거래 이면에 숨어서 백성들에게 폭리를 취하면서 공생하는 독점적인 성전과 독점적인 상권의 결탁이 바로 예수님 분노의 표적입니다.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고 제사를 봉헌하려는 백성들의 경건한 신앙심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잇속을 챙기려는 성직자들과 장사꾼들 사이의 유착 관계를 보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신성모독이라고 여긴 예수님은 그들을 향해 분노의 채찍을 휘두르신 것입니다.       만약에 아직까지도 하느님을 향한 순수한 신앙심을 이용해서 잇속을 챙기려는 무리가 교회 주변에 얼쩡거린다면 그들 역시 예수님의 채찍 세례를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전은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참된 성전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다시 세우겠다"고 하시며 당신 자신이 바로 성전이심을 우리들에게 일깨워 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들은 하느님을 만나뵈올 수 있습니다.                                                특별히 거룩한 곳으로 지정된 곳만이 성전이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 속에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삶의 모범을 따르고자 노력하는 그 정성,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크신 하느님의 사랑에 도달하려는 우리들의 열정이 바로 하느님을 만나는 성전임을 오늘 예수님은 가르쳐 주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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