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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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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andrewth] 쪽지 캡슐

2000-12-08 ㅣ No.1413

 

      작 은  새 의  기 다 림

  

 

 작은 나뭇가지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작은 새 한 마리...

 

 무엇이 있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리 슬픈 표정으로 하늘만

 

 물끄러미 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람은 불고, 빗방울 점점 굵어지는데도

 

 새는 날아갈 생각도 없는지 멍하니 앉아만 있다

 

 소리 죽여 울기 시작했습니다.

 

 빗물이 온몸을 적셔도 계속해서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바람 거칠게 불어와 나뭇가지를 흔들어 놓지만

 

 새는 그대로 앉아 있습니다.

 

 천둥번개가 치고 비바람 대지를 휩쓸고 있는데도

 

 새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왜... 왜... 그렇게 미련한지 모르겠습니다.

 

 왜 비를 피하지 않는지 전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삼일...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 두 달...

 

 새는 여전히 그 나뭇가지에 앉아 있습니다.

 

 왜 그렇게 그 나뭇가지에서 떠나지 못하는지

 

 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새야! 새야! 넌 왜 그 가지에 앉아

 

 다른 데로 날아가질 않니?"

 

 새가 힘없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사랑한 이가 있었어!

 

 그가 언젠가 꼭 이 자리로

 

 다시 돌아온다고 굳게 약속하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지.

 

 난 그가 올 때까지 이 자리에 서서

 

 그를 기다려야 해...

 

 그에게 약속했어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

 

 

 수없이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제가 다시 그 나무를 찾았을 땐

 

 어느새 나무는 거목(巨木)이 되어 있었고

 

 그 새가 앉아 있던 가지에

 

 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 눈에 보인 건

 

 나무 그늘 아래 쓸쓸히

 

 외롭게 있는

 

 작은 무덤 하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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