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주님만을 믿습니다.

인쇄

위세택 [stwee] 쪽지 캡슐

2002-02-14 ㅣ No.1822

세상 대부분 어머니들의 마음은 똑똑하고 잘난 자식 보다도 부족한 자식에게 더 정을 쏟는다. 아버지들은 대를 이어갈 똑똑한 자식을 더 사랑하지만 어머니들은 오히려 못난 자식이 자기가 돌봐주지 않으면 세상을 잘 살아가지 못할 것 같아 안쓰러워서 더 신경을 쓰고 사랑을 하게 된다. 정박아 자식을 둔 어머니가 그 자식을 무척 사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그 자식이 정상적인 사람들보다도 더 능력이 뛰어나다고 믿고 큰일을 맡기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럴 경우에 그 어머니가 자식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고 사랑하지 않는거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과 믿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면서 그 모든 것을 합친 대상에게 하는 것이다. 단점은 애써 외면하고 장점만을 바라보면서 상대의 위에다 이상적인 모습을 덧씌워서 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고 환상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무조건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가 떠들석한 각종 게이트들을 보면 가족 친척 선후배들을 사랑하는 것과 믿는 것을 혼돈한 결과로 보여진다. 같은 고향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들 눈에는 잘보이는 단점들도 외면하고 사랑하고 믿어서 무조건 투표해서 밀어준 결과가 계속 우리 정치와 사회 그리고 문화계 마저 오염시키고 있다. 사랑한다고 여긴 그 대상을 분수 이상의 오만에 빠지게하여 결과적으로 그 사람을 망치게 하였으니 사랑한다는 상대에게 오히려 해를 끼친 것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이 하늘이라고 한다.

또 사람만이 희망이라고도 한다.

나는 그런 말에 회의를 가진다. 사람들이 지구 도처에서 하는 짓들을 보면 절대로 하늘이라고 할 수가 없다. 온 세상을 더럽히고 다른 생물들을 멸종시키고 서로 잔인하게 죽이는 짓들을 거듭하는 동물들을 하늘이라고 하니 그건 하늘을 모욕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하니 그게 순진한건지 무지한 건지 모르겠다. 단언하건대 세상 모든 악은 사람에게서 나왔다. 많은 부족함과 한심한 점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사랑하자고 하면 그건 말이 되지만 사람이 하늘이라고 우기고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환상적인 생각으로는 계속 세상에서 생기는 각종 비극적인 사건들을 막을 수 없다. 정말로 사람이 하늘이 되고 희망이 되려면 사람들의 단점을 밝혀내고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러나 믿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나 자신도 믿지를 못하는데 누구를 믿겠는가. 이 세상에서 자신이 일관성이 있고 정직하고 변덕스럽지 않고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나는 한심한 결점들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한다.

 

사람들을 사랑하자. 그러나 믿지는 말자.

 

나는 주님만을 믿는다. 주님만이 내 희망이다.

 

 

*** 이 글은 제가 인포메일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의 고정 칼럼 난에 올렸던 글을 조금 고쳐서 적은 글입니다. 불특정 대다수에게 보여지기 때문에 종교적인 색채를 빼고 올렸던 것을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대로 다시 올려본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편씩 올리는 제글을 읽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주소로 가시면 됩니다.

www.infomail.co.kr 로 가셔서 상단의 ’lounge’를 클릭하신 뒤에 왼쪽에 뜨는 ’Feel so good’코너의 ’Tue 광야의 늑대’를 클릭하시면 제 글의 리스트가 떠 오릅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3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