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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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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2-08-30 ㅣ No.95

 

우리 아빠는 멍텅구리 아빠입니다.          

 

지금도 밖에서 비를 맞고 있습니다.          

 

내겐 비 오는날에 창문도 못 열게 하면서...          

 

왜냐고 이유를 물으면          

 

"아빤 어른이고 다움이는 꼬마이기 때문이지..."          

 

 

 

저는 많이 아픔니다...          

 

선생님이 백혈병 이래요...          

 

감기로도 죽을 수 있다고하죠...          

 

그래서 아빤 절대 비오는 날엔          

 

창문도 못 열게 하죠...                          

 

 

 

 

 

아이가 또 재발 했다.         

 

아이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병원 밖으로 나갔다.          

 

비가 오고 있지만...밖에 있고 싶었다...          

 

1년 반째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더욱 더 힘든 건 이제 더이상 아이의 치료비가 없는          

 

빈털터리 아빠가 되었다는 거다..                         

 

 

 

 

 

오늘도 전 방사선 치료를 받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너무 싫습니다.         

 

어두운 관속 같은 곳에 나 혼자 있어야 하니까요          

 

밖에서는 많이 아프지만         

 

아빠가 제 손을 꼭 잡아 주거든요          

 

하지만 오늘 치료는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전 벙어리가 됐죠.          

 

어찌된 일인지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앞을 볼 수도 없어요...          

 

괜찮아 질꺼라고 아빠가 말했어요.          

 

그래서 걱정은 없습니다.          

 

아빠는 한번도 내게 거짓말 한 적이 없으니까요.                       

 

"선생님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되나요.."     

 

타 들어간 입술로 아이가 말했다.          

 

"이젠 그만 아팠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말이 사무치도록 가슴 아팠다.          

 

아이 대신 아파해 줄 수 있다면...       

 

아이를 위해 그 무엇이라도 대신할 수 있었으면...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다...          

 

그게...  참 견디기 힘들다...          

 

아이가 치료가 견디기 어려웠는지 시력을 잃었다..  

 

말도 하지 못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서 다행이지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아빠가 이제 제가 다 나아서 퇴원하게 되었데요~          

 

너무 기뻐요  제가 그렇게 퇴원 하기를 바랬거든요          

 

아빠는 제 소원을 들어줬어요.          

 

역시 우리아빠입니다.          

 

이제 더 이상 아픈 치료를 안 받아도 된데요~          

 

내일 퇴원하게 됩니다.                              

 

 

 

 

 

아이가 가망이 없다는 소릴 들었다.          

 

기껏해야 6개월을 넘긴다고 한다.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형제 하나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마지막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더 이상의 고통받는 치료를 하는것 보단          

 

남은 짧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살고싶다.  

 

사실 병원비가 없기도 하지만...

 

그래서 퇴원 하기로 했다.                             

 

 

 

 

 

2년의 병원 생활은 끝났고          

 

이제 아빠와 저는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꺼예요          

 

아빠도 그렇게 말했구요.          

 

그래서 우린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제가 또 아팠어요.          

 

아빠가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제 병이 또 재발 했데요...     

 

아빠가 그래서 다시 서울로 가제요..         

 

이제 다시는 아프지 않는다고 아빠가 말했는데...          

 

아빠가 제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어요.                              

 

 

 

 

 

아이가 또 쓰러졌다...          

 

아이가 또 재발하면..          

 

바로 병원으로 연락 하라고 해서 연락을 해 봤다.          

 

왜 연락이 이렇게 늦었냐고 한다.         

 

기적적으로 다움이에게 맞는 골수를 찾았다는 것이다...          

 

다움이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골수가 완벽히 일치해서 수술만 하면         

 

거의 완치할수 있다고 한다.          

 

갑자기 왼쪽 가슴이 아파온다...          

 

어서 다움이를 서울로 데려가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병원 선생님이 말했어요.          

 

이제 한번만 더 치료를 받으면

 

완전히 완치될 수 있을꺼라고          

 

예전보다 더 아프고 힘든 치료가 있을 꺼라지만...          

 

하지만...전 하나도 안무서워요          

 

왜냐면 아빠가 언제나 제 옆에 있어 주거든요          

 

저에게 골수를 나눠 줄 사람이 생겼데요.          

 

미도리라는 일본 누난데...정말 착한 누나인거 같아요          

 

절 위해 먼~ 일본에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내일 골수 이식을 받는데요..          

 

하지만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아빠가 제 곁에 있어 주니까요.                              

 

 

 

 

 

아이의 골수이식 수술...          

 

약 4천 정도가 든다고 한다.         

 

내겐 지금 당장의 치료비 조차 없는데...          

 

그래서 내 간을 팔기로 했다.          

 

간을 팔면 2천 정도 받는다고 한다.          

 

4천은 안되지만...

 

골수이식 수술받기 전까지 병원비는 마련이 된다.          

 

간을 팔기 위해 검사를 받았다.          

 

"간 이식을 포기 하십시요..."  간암 말기입니다.          

 

말도 안되는 말이었다.          

 

그것 말고는 어마어마한 병원비가 나올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각막을 팔게 되었다.          

 

외눈으로 아이를 봐야 하지만... 그게 대수냐...          

 

아이를 위해서라면 양쪽 눈을 다 팔 수도 있다.                              

 

 

 

 

 

골수이식 수술이 아주 잘 됐대요.          

 

아빠가 밖에서 이쪽을 쳐다 봐요          

 

근데 왼쪽 눈을 붕대로 감았어요.          

 

많이 지쳐서 쉬라고 막아 놨데요.          

 

꼭 레고 만들기에 나오는 해적선장 같아요.          

 

이제 일주일 후면 다 나아서 보통 아이들 처럼 생활할 수 있대요.         

 

근데 아빠는 이제 따로 살제요.          

 

엄마 따라 프랑스로 가래요...          

 

이제 제가 싫어졌나 봐요.          

 

아빠가 화내는 건 처음 봐요..         

 

 엄마가 떠날 때 마신 술도 마셨어요.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 뿐이고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 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건 아빠예요.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잊었을까요.       

 

자꾸만 가시고기가 생각납니다.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 말예요...          

 

만약 내가 엄마따라 프랑스로 가게 되면          

 

아빠가 쬐금만 슬퍼 했으면 좋겠어요.          

 

쬐금만 슬퍼하면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죠?                              

 

 

 

 

 

각막을 팔아 6천만원을 받았다.          

 

아이의 건강은 이제 문제 없다.          

 

아이의 병원비 4천을 내고도 엄청 많이 남는다.         

 

하지만 더 이상 아이와 함께할 수 없다.          

 

이제 곧 난 죽기 때문이다.          

 

간암 말기라 어쩔수 없다고 한다...          

 

왜 이지경이 되도록 있었냐고 한다...          

 

아프지 않았냐고...          

 

가끔 옆가슴이 아프긴 했었다...          

 

하지만 아이의 고통으로

 

그런 것들을 아파할 시간 조차 없었다.          

 

아이의 골수이식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제 아이와 함께할 수 없다.          

 

난 죽기 때문에 아이를 고아로 만들긴 싫다.          

 

다움이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다움이 양육권을 포기 하겠다고.          

 

다움이를 잘 부탁 한다고.               

 

사람은...  자식을 낳으면 죽어도 진짜 죽은게 아니다...          

 

영원히 영원히 다움이 안에 살아 있을 꺼다.               

 

세상을 사랑하고          

 

또 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다움이가 되길 바란다.           

 

 

 

                                    - 아빠가 -

 

 

 

                     배경음악 : 타이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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