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비타] 그대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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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1999-02-22 ㅣ No.326

           그대 잘 가라                                       

 

 

                         도종환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같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짓는 것이 아름다와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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