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1999년 11월의 마지막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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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marianna02] 쪽지 캡슐

1999-11-30 ㅣ No.510

안녕하세요?

오늘이 다시는 오지 않을 1999년 1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사실 이렇게 따지면 그 어디 소중하지 않은 날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두.. 왠지 좀 챙기고 싶네요..^^;;

 

오늘 예수살이 미사가 있어요. 보좌신부님을 보내면서 마지막 공동체 미사인듯 싶은데..

전 예수살이 활동을 계속 해오지 않아서 가기가 몹시 창피허지만..

그래두 가야겠죠?

정말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_-;;

 

선영아!! 가입 축하하고!!

아르바이트 하느라 바쁘지만 가끔씩 와야헌다.. 안 그러면.. 알쥐??

 

수현이의 토끼 시리즈도 아주 자~알 봤구..

오늘 또 주님이(?) 그립네용(아! 이러면 안되쥐?)

남은 시간 좋은 시간들 보내시구요.. 마리안나 였음다...

시 하나 올리는데 쬠 기네요.  그래두 마지막까지 읽어주서요..

 

 

그대에게

 

              안도현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말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말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커서

그대의 귓불은 빨갛게 달아오르겠지만

떠난 다음에는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가다 보면 어둠도 오고

그대와 나

그때 쓰러질 듯 피곤해지면

우리가

세상 속을 흩날리며

서로서로 어깨 끼고 내려오는

저 수많은 눈발 중의 하나인 것을

생각하자

부끄러운 것은 가려주고

더러운 것은 덮어주며

가장 늦은 곳으로부터

찬 란한 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리

 

가난하기 때문에

마음이 따뜻한 두 사람이 되자

괴로움으로 하여 울지 않는

사랑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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