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홀로 있는 시간-2

인쇄

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8-13 ㅣ No.5230

 

혼자 사는 사람들은 좀 괴팍할 것이다. 좋게 말하면 개성들이 강하고 고집이 세고 그래서 혼자 살기 마련이다. 그것도 습관인 것 같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는 홀로 있음으로써 함께 있을 수 있다. 너무 한데 엵혀 함께 지내다 보면 더불어 살아가는 고마움도 모르고, 무엇 때문에 내서 수도 생활을 하는지 그 의미를 잃게 된다. 또한 자기 개성이나 자기 빛깔 같은 것도 상실된다.

혼자 있어 버릇하니까 누구한테 폐 될 것도 없고, 또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큰 기븜이다. 얼음장 잍으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도 그 산골 아니면 들을 수 없을 것이다. 거기서 그렁저렁 지내고 있다.

 

 

나는 혼자 살기 때문에 차 타고 어디를 지나가다가도 산자락에 외 떨어져 있는 집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한번 가보고 싶고. 어떤 사람이 사는가 들여다보고도 싶다. 거창한 집이 아니고, 조그만 오두막 같은 걸 보면 무척 정답고, 가서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기웃거려 보고 싶다.

이제 어느 곳을 가나 큰 절 주변은 거의 오염되었다. 환경만 오염된 것이 아니고 절 자체도 과소비를 하는 곳이 많다. 생활 환경 자체도 오염되어 절 같지도 않고, 따라서 우리 같은 경우는 절밥을 오래 얻어먿은 습관 때문에 어딜 가면 눈에 띄고 귀에 거슬리는 게 많다.

이제 홀로 떨어져나와 살면서도 과연 구도자로서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 이런 것에 화두처럼 내게 늘 과제로 떠오른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세상이든 다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마음이 진정한 인간의 마음으로서 맑고 투명하다면 그 그림자인 세상도 맑고 투명해진다. 세상에서 온갖 사건, 사고와 비리들이 일어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 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맑고 향기롭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꼭 불교신자가 아니라고 자기 존재레 대한 그때그때의 물음, 나는 누구인가, 어떤 것이 내 온전한 마음인가, 거듭거듭 물음으로써 삶이 조금씩 개선되고 삶의 질도 달라진다.

우리가 너무 외부적인 것, 외향적인 것, 표피적인 것, 이런 데만 관심을 갖다 보니까 마음이 황폐해졌다. 옛날보다는 훨씬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마음들은 더 허전하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4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