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홀로 있는 시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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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8-14 ㅣ No.5231

 

 

현대 문명의 해독제는 자연밖에 없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기댈 데가 자연이다. 자연은 인간 존재와 격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다. 크게 보면 우주 자체가 커다란 생명체이며, 자연은 생명체의 본질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자연의 한 부분이다. 우리가 커다란 우주 생명체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을 함부로 망가뜨릴 수 없다. 동양의 전통적인 생각 속에서는 커다란 산이라도 하나의 생명체로 여겼다. 그래서 등산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꼭 입산, 산에 들어간다고 했지 산에 오른다는 말을 감히 하지 않았다.

자연은 우리가 하나의 수단으로서 생각할 것이 아니고 생명의 근원으로서, 커다란 생명체로 여겨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오늘과 같이 지구의 환경오염이나 과소비 문제가 안 생겼을 것이다.

 

자연을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문제가 생겼다. 산에서 살다 보면 자연처럼 위대한 교사가 없다. 이론적으로 배우는 것, 그것은 관념적이고 피상적인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얻어듣는 것, 그것이야말로 근본적인 것이고 그때그때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준다.

또 자연은, 태양과 물과 바람과 나무는, 아무 보상도 바라지 않고 무상으로 준다. 우리는 그걸 감사하게 받아쓰면서 활용해야 하는데, 그것을 허물고 더럽히는 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말하자면 생명의 근원을 우리가 자꾸 허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음을 맑게 하고 자연 속에서 많은 생명체들과 교감하며 나누면서 사는 기쁨, 그것을 내가 낱낱이 다 알리지는 못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또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사람은 어떤 묵은 데 갇혀 있으면 않된다. 꽃처럼 늘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살아 있는 꽃이라면 어제 핀 꽃하고 오늘 핀 꽃은 다르다. 해로운 향기와 새로운 빛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단 어딘가에 집착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안주하면 그 웅덩이에 갇히고 만다. 그러면 마치 고여 있는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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