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눈오는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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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남 [theresa99] 쪽지 캡슐

2001-12-13 ㅣ No.2480

                        

†찬미예수

 

어렸을 적에 우리집은 옛날 한옥집으로 해마다 가을에는 연중행사처럼 방마다 창호지로 문 갈이를 하였습니다.

 

문살에 붙은 오래되고 쾌쾌한 묵은 누런종이를 뜯어내고 하얗고 깨끗한 창호지를 붙였습니다. 모서리 부위엔 삼각형 무늬를 만들어 모양을 내기도 하고 또 가을에 책갈피에 곱게 말려 두었던 낙엽 같은 것을 손잡이 부분에 곱게 무늬를 넣어서 장식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문풍지 바를때 처음에는 쭈글쭈글하던 것이 양지 마른 그늘에서 살랑살랑한  바람에 바삭바삭 마르면 창호지가 팽창되어 팽팽히 눈이 부실정도로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버립니다.

 

그 창호지의 문풍지는 바깥에서 나는 자연의 소리를 더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한옥집만의 갖고 있는 특징입니다.

 

눈오는 날 아침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온 세상 차소리와 시끄러운 소음이 눈오는 함박눈 속에 모두 흡수되어 고요하고 아늑한 느낌입니다.  그러면 바깥을 나가보면 마당에 영락없이 하얀눈이 소복히 쌓여 있습니다.

 

지금은 건물마다 콘크리트벽 사이로 방열재니,방음재니 덕지덕지 붙여 놓아서 바깥 소음과는 거의 차단 되어 베란다 밖을 내다 보지 않고는 바깥 풍경을 의식할 수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

눈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마음은 얘나 어른이나 다 똑같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주위에서 눈오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지 ...

 

그것은 아마 눈이 오래 남아 있지 못하고 쉽게 빨리 녹아 버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눈에 대한 기다림과 그리움이 더한 것이 아닐까요.

 

                                                 ---날씨가 너무 추워요 .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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