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대림 제2주간 월요일 ’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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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12-01 ㅣ No.4861

대림 제2주간 월요일 ’21/12/06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제11회 사회교리주간 첫 날

 

어느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자녀에게 재능기부식으로 영어 과외를 하던 한 대학생이 아이의 성적이 오르자 기념으로 틴트를 사줬다고 합니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마음은 모두 똑같은 것. 한창 자기 자신을 꾸미고 싶어 하는 그녀였지만 사실 틴트 하나 사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것이었습니다. 그 대학생은 아직도 틴트를 선물로 줬을 때 아이가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단돈 삼사천 원에 불과한 작은 선물에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며칠 후 그렇게 기뻐했던 아이의 모습에서 갑자기 어두운 모습을 발견한 대학생은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아이는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학교에 틴트를 바르고 갔는데 담임 선생님이 급식비 낼 돈은 없으면서 틴트 살 돈은 있나봐?”라며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면박을 줬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십니까?

 

“( )인데 나이키 운동화를 신었네?”, “( )인데 노스페이스 잠바를 입었네?”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위의 이야기에서 선생님이 학생을 면박 줬던 이유와도 같습니다. 정답은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대다수는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의 인식이 이렇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자신들이 정해놓은 인식의 틀 속에서 기초생활수급자답게 살아야만 합니다. 그 안에는 이러한 비판 의식이 있습니다. ‘국가가 저들을 복지에 의존하게 하여 게으른 존재로 만든다.’, ‘내 자신의 삶도 힘든데 저들에게 내가 낸 세금을 퍼주기만 하는 모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비판 의식은 내가 낸 세금으로 그들을 돕는 것이니 그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그래서 수급자로서 수급자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보장법은 빈곤선 이하의 저소득 국민에게 국가가 생계주거교육의료해산장제자활 등에 소요되는 기본적인 경비를 제공함으로써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져 2000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내 자신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어렵게 사는 이웃들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보장받아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나누고 돕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실제로 수급권을 안 받아도 될 만큼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보면, 중풍병자가 평상에 누인 채 예수님께로 와 치유의 은총을 받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남자 몇이 중풍병자를 평상에 누여 예수님께 데리고 가는데, 많은 군중들로 인해 예수님께서 계신 곳으로 들어 갈 수 없게 됩니다. 그러자 그들은 평상에 누인 그 환자를 데리고 지붕 위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 내고 그를 예수님께로 인도합니다. 참으로 수고스럽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들은 그리했습니다. 남자 몇이라고 지칭된 이들은 중풍병자의 지인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냥 지인이 아니라 그 중풍병자의 상태를 늘 안타깝게 여기며 그의 치유를 바랬던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이 치유의 은총이 가능해졌던 것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바라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시선도 이러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 사람들처럼 우리도 색안경을 끼고 우리의 관점에서 우리가 정해 놓은 인식의 틀 안에 그들을 가둬놓고 비판하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형제자매로서 서로 도우며 함께 걸어가는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수고로움을 마다 않고 한 형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힘겹게 지붕 위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내고 치유의 은총을 가능하게 했던 그 사람들처럼, 우리도 우리 주위의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힘을 전할 수 있는 나눔의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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