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성당 게시판

박고빈 시메온 신부님 영전에

인쇄

유양수 [joseys] 쪽지 캡슐

2002-10-03 ㅣ No.1197

사랑하는 박고빈 시메온 신부님!

 

 하늘 대전의 오르시어 지금도 우리를 구보보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어제 우연히 백석동 성당 옆을 지나면서 언젠가 처럼 백발에 인자하신 모습으로 저를 보시며 웃고 계시는 듯한 신부님의 모습을 뵙는 듯 했습니다.

 

 3년도 체 채우지 못하시고 떠나게 되셨고 속 시원히 당신의 날개도 펴시지 못한 채 병고와 인고의 삶을 감내하시면서 도 한치의 표현도 불평도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그리고 과묵하게 사시다가 끝내 하늘나라로 가신 신부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신부님은 언제나 건강을 강조하셨고 그래서 남다르게 섭생에 특별하셨지요.

남 보기에는 노인이고 병환이 있으셔서 사목에는 신경을 안 쓰신다고 들도 하였고 이제 그만 은퇴하셔야 한다고 들도 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신부님은 밤늦도록 컴퓨터에 매달리시어 열심히 준비하시고 젊은이 못지 않게 남몰래 많은 노력을 하셨던 것을 아는 이는 알고 있었답니다.

 

 편찮으신 후 회복기에 접어들어서는 얼마나 피나는 소생의 삶을 이어 가셨습니까?   오백보, 천보, 그리고 만보를 세어가며 호수공원을 거니셨고 선종하시기 2틀 전에 신부님을 뵈웠을 때는 오전 오후로 2시간 이상씩 걸으셔도 한번도 쉬지 않고 운동을 하실 수 있다고 자랑도 하셨지요.

 

 사람의 생명을 중히 여기는 것이 하느님의 사랑이 아니던가요? 요즈음은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하느님이 지어내신 우주의 만물 모두의 생명이 중요하다고들 하는군요.

 

 예수님께서 99마리의 양보다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중히 여기셨다는 말씀이 생명을 존중하셨던 말씀도 포함되지 안았나요.

 

 근자에 우리 주변의 삶의 모습은 극히 합리적이고 효율을 중시하고 논리적이며 명분을 찾고 소위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들이 더구나 목소리 크고 힘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여론을 조성하여 세상을 지배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왠일 일까요.

 그것도 지휘가 높거나 지식인들이거나 지도자급이거나 권위가 있는 이들에게 종교계나 비 종교계나를 막론하고 그런 모습을 보게되는군요.

 

 효율과 논리와 합리주의가 사랑보다 더 중요한 때가 지금인가요?

 

 교회의 모습이 이와 유사하다면 정말 슬픈 일이겠지요. 우리 천주교는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습니다만.

 

 무엇보다 서글픈 것은 하느님의 정의라는 이름으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무참히 짓밟혀 정의의 이름이 독선과 아집으로 무차별하게 변형되어 사용되는 슬픈 현실을 보면서 이러한 것들이 제 안에도 내재되어 있고 저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아픔을 씹으면서 신부님이 이생에 계실 때 하지 못했던 고백성사를 하늘에 계신 신부님께 받고 싶어 넉두리를 하고 있답니다.

              

 신부님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힘찬 소생의 발걸음을 늦추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용기를 주셨던 우리 신부님!   

 

 제가 금년 봄에 겪었던 잊을 수 없는 느낌이 있어 신부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연한 일로 우리 교회의 젊은(?) 어른 한 분을 뵌 적이 있습니다.

이제 것 저는 신부님을 존경하고 교회를 보호하며 순명하는 것이 신자의 도리라는 철칙으로 살아왔습니다. 또한 꾸르실료에 봉사했던 저는 꾸르실리스따의 의무라고도 생각하고 살아 왔습니다만 신부님.

 

 그때 뵈었던 교회의 그 한 젊은(?) 어른을 뵙고는 야릇한 느낌을 받고 아직도 그때의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니 왠일까요. 신부님.

 

 제가 지금 것 뵈었던 교회의 어른들은 모두가 아버님 같았고 할아버지 같은 인자한 모습이셨지만 그 분은 검찰청의 검사 같은 분위기에 예리하고 무서운 눈매였고 극히 무표정 하셨던 강한 인상이셨습니다.

 

 본래의 모습이셨는지 아니면 권위의 모습이셨는지 위험을 갖추려는 모습이셨는지 아직도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분을 위해 기도하고 싶지만 그때의 그 강렬했던 인상이 아직은 뇌리에 남아 있어 순화되지 않아 먼저 제게 마음의 평화를 주시옵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박고빈 시메온 신부님 그분에게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인자하심과 사랑의 능력을 풍성히 내려주시도록 기도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저를 보시고 불상히 여기시어 모자라고 잘못된 모든 것 예수님의 이름으로 용서하여주시기를 진심으로 청하옵니다.   

 

 신부님 하느님 대전에서 영원하고 복된 삶 되시고 언젠가는 저도 그곳에서 신부님을 뵈옵게되기를 소망합니다.  

      안녕히 계시옵소서.

                                        불초 소생 유양수 요셉 올립니다.  



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