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백색의 계엄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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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詩. 최승호
백색의 계엄령이라는 표현이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엄청난 눈이 내렸습니다. 위의 시를 보니 순환열차를 타고 눈이 한 자는 쌓여있을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느낍니다. 눈 때문에 고통을 겪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 철없는 생각일테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두 다 안고서 오염되지 않은 눈밭에 던져두고 싶은 생각에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렇게 많은 일이 저를 노려보고 있지 않고 조막만한 사무실을 지켜야만 하는 처량한 신세가 아니라면 다음주 어느날엔가는 기차를 타고 있을텐데요. 지난 주일에 손님신부님께서 참 좋은 말씀을 해주셨지요... 한번쯤 누구나 부딪히게 되고 고민하게 되는 문제에 대한 명쾌한 말씀에 감사했습니다. 마침 여러가지 고민과 원망이 하릴없이 커지려던 참이어서 더욱 말입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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