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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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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5-11 ㅣ No.8432

아이러브 스쿨 - #22

 

 

축구에서 이긴날부터 대행이의 나쁜짓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이제는 나와 연수뿐만

아니라 일만이에게도 같이 못된짓을 했습니다. 나는 몇번이나 한대 패주고 싶은것을

연수를 생각해서 꾹 참았습니다. 일만이는 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대행이에게 계속

맞고만 있었습니다.

 

        "야, 조대행. 너 왜 자꾸 일만이랑 연수 못살게 굴어?"

         

        "니가 왜 참견이냐? 니가 연수 애인이냐? 촌놈주제에..."

         

        "다시 한번만 연수랑 일만이랑 못살게 굴면 가만히 안둔다...

        나보고 뭐라구 그러는건 괜찮지만..."

         

        "가만히 안두면 어쩔건데? 또 치려구? 그럼 쳐봐, 어디 한번 쳐봐?"

         

        "나쁜자식..."

 

하지만 대행이는 계속해서 연수를 울리고 일만이를 괴롭혔습니다. 그럴때마다 연수가

참으라고 나에게 말했습니다. 나도 이번에 다시 엄마를 학교로 불러오게 될까바 대행이를

때리고 싶은것을 꾹 참았습니다.

 

그렇게 두어달이 지났습니다. 대행이의 행패는 계속되었지만 나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연수가 뛰어오며 불렀습니다.

 

        "민우야..."

         

        "어... 웬일이야?"

         

        "있잖아... 저기... 이거 받아..."

         

        "이게 뭔데?"

 

연수가 나에게 조그만 봉투 하나를 건네주었습니다. 연수의 얼굴이 빨갛게 되었습니다.

 

        "이게 뭐야?"

         

        "이번주 토요일이 내 생일인데... 널 초대하는거야..."

         

        "생일이라구?"

         

        "응... 민우 너한테 제일먼저 이걸 주고 싶어서..."

 

옆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일만이가 한마디 합니다.

 

        "나두 가면 안되?"

         

        "일만이두 와도 괜찮아... 둘이 같이와..."

         

일만이 입이 크게 찢어졌습니다. 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에게 제일 먼저 주는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사람보다 먼저 나에게 연수가 이 초대장을 준것입니다.

 

        "알았어... 꼭 갈께..."

         

        "그래.. 그럼 나 이만 가볼께... 잘가"

 

봉투안에는 연수가 직접 손으로 쓴 초대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번주 토요일이라고

했습니다. 연수의 생일 말입니다. 벌써부터 괜히 기분이 좋아지려 하고 있습니다.

토요일까지는 아직 사일이나 남았는데 말입니다.

 

다음날 교실에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둘러모여 소근대고 있었습니다. 연수네 생일잔치에

초대된 아이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것 같았습니다. 아이들 대부분 초대를 받았는지

서로 초대장을 꺼내보이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대행이도 초대를 받았는가 봅니다. 대행이도 친구들과 초청장을 꺼내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행이를 왜 초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같이 못살게구는놈을

왜 초대했을까요.

연수에게 그것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습니다.

 

        "읍내애들은 생일잔치하면 짜장면 사준다더라"

 

일만이가 입가에 웃음을 띄고 나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짜장면?"

         

        "응... 다른애들 다 그러던데?"

         

        "이렇게 많은애들을?"

         

        "나두 몰라, 그런다나봐.."

 

나두 짜장면을 한번 먹어보긴 했습니다. 일전에 엄마와 읍내 시장엘 나갔다가 엄마가

한번 사주신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그 맛이 아직도 기억나는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로 몇번더 먹어보고 싶었지만 짜장면을 먹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괜히 벌써부터 입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민우야 맛있겠지 그치?"

         

        "짜식 어린애들같이 짜장면이나 좋아하구..."

         

        "그럼 넌 안먹을꺼야? 그럼 나 줘..."

 

 

몇일밤이 지나고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학교를 갔다가 연수네 집을 가는 날입니다.

엄마에게도 오늘 생일초대를 받았다고 잔뜩 자랑을 했습니다. 은경이도 가고싶은가

봅니다.

 

학교로 가는길 언덕배기에 어느새 예쁜 꽃이 한웅큼 피었습니다. 새 봄이 되었지만

높은 산기슭엔 아직도 하얀 눈이 남아있습니다. 그 속에서도 꽃은 피어있었습니다.

학교로 달려와서 오늘 생일초대를 받은 아이들의 왁자지껄 소리를 들으며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야, 촌놈. 너두 오늘 생일초대 받았다며?"

         

        "그래..."

 

나는 대행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습니다. 대행이를 보면 화가

날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넌 생일선물 샀냐?"

         

        "생일선물?"

 

나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대행이를 쳐다보며 물었습니다.

 

        "하긴, 촌놈이 알리가 없지. 원래 생일초대를 받으면 생일선물을 가져가는거야

        그것두 몰랐냐?"

         

        "......"

 

그러고 보니 반 아이들 대부분 뭔가 종이로 포장한 조그마한 꾸러미들을 들고 있었습니다.

읍내에 살지 않는 아이들은 잘 몰랐지만 읍내아이들은 선물같은것을 모두 하나씩

들고 있었습니다.

 

        "너 설마 생일선물도 없이 가는건 아니겠지? 그나저나 촌구석에서 무슨 선물을

        사려구 그러나... 하하하"

         

        "......"

 

나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연수가 나를 제일 먼저 초대한 생일인데

나는 생일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생일날 선물을 사가지고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돈도 없고 무엇을

사야하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연수에게 살짝 다가가서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연수야..."

         

        "응? 왜?"

         

        "저... 있잖아... 생일선물..."

         

        "생일선물?"

         

        "너 뭐 받고 싶어?"

         

        "아냐... 난 아무것두 필요없어... 민우가 와주기만 하면 되는데 뭐..."

 

연수는 그렇게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아이들 모두 준비한 선물을 나

혼자만 준비하지 못해서 생일초대를 가지 못할것 같습니다.

 

        "그래두... 생일인데..."

 

연수는 생일선물은 필요없다고 계속 나에게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저 멀찌감치서 대행이가

나를 비웃으면서 쳐다보는것이 느껴졌습니다. 연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도 꼭 선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수업도중에 계속해서 연수에게 어떤 선물을 해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주머니에

돈도 없고 무엇을 좋아할지 알수도 없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갈때쯤 나는 학교오는길에 보았던 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 그 꽃을 가져다 주면 연수도 좋아할꺼야...’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다시 그 산으로 뛰어갔습니다. 일만이에게는

조금 늦을것 같다고 이야기 해주고 연수네 집에 먼저 가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숨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나는 급하게 산길을 따라 뛰어올라갔습니다. 아까 보았던

꽃들이 어디있는지 한참을 찾았습니다. 꽃은 가파른 언덕배기 한켠에 한웅큼 피어

있었습니다.

나는 조심조심 산비탈을 내려갔습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꽃을 손에 쥐려고 했지만

팔이 짧아서 꽃까지 닿지를 않았습니다.

나는 조금 더 산비탈을 내려가서 겨우겨우 꽃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 순간 눈이 녹아

젖어있는 산길때문에 발이 미끄러졌습니다. 나는 순간 언덕배기 아래로 몸이 푹 꺼지는것을

느꼈습니다.

 

한참아래 산길로 나는 떨어져버렸습니다. 마른나뭇가지에 몸이 여기저기 할퀴고 손등에서는

피도 맺혔습니다. 하지만 오른손에는 꽃 한웅큼이 꼬옥 쥐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온몸이 흙 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수에게 줄

꽃을 구했기 때문에 아픈줄 몰랐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수독가에서 대충 얼굴과 손을 씻었습니다. 손등에서 나는 피도

이제는 멈추었습니다. 세수를 하고 곧장 연수네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이제는 나도 연수에게 줄 선물이 있습니다. 달려가면서 손에 쥔 꽃을 보았습니다.

산비탈에서 떨어지면서 조금 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쁜것 같았습니다. 이것을 연수가

받고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겨우겨우 달려 연수네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숨을 가다듬고 연수네 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누구세요?"

         

        "저... 연수 친군데요..."

 

문이 덜컹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연수네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현관문이 열리고 마루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모든아이들의

눈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민우야... 왜 이렇게 늦었어?"

         

        "응.... 뭘좀 깜빡 잊어먹고 와서... 좀 늦었어..."

         

        "그런데... 손등은?"

         

        "아... 이거? 괜찮아... 오면서 좀 넘어져서 그래... 자... 이거 받아"

 

나는 등뒤에서 꽃을 집어 연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생일축하해...."

         

        "어머...."

 

연수의 눈이 똥그랗게 커졌습니다. 아이들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야... 촌놈... 그게 선물이냐? 그거 길거리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보이는

        거잖아... 그게 무슨 선물이냐... 선물은 적어도 이정도는 되야지..."

 

대행이가 아이들이 연수에게 전해준 선물을 가르켰습니다. 그곳에는 인형과 학용품이

가득했습니다. 내가 평소에 가지고 싶어했던 연필깍이도 두개나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너무 창피했습니다. 내가 전해준 선물은 정말 선물같지도

않았습니다.

 

        "하긴 촌놈이 하는 선물이 다 그렇지 뭐... 안그러냐 얘들아?"

         

        "하하하...."

 

방안에 모여있는 아이들이 모두 웃었습니다. 나는 손등이 욱신거리고 아팠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아픈것도 잊었습니다.

 

        "그리고 생일초대 받아서오는놈 옷이 뭐 그러냐? 그 흙 투성이로 여길

        들어오려구? 아무리 촌놈이라도 깨끗하게 와야지..."

 

꽃을 꺽다 넘어져서 온몸에 뭍은 흙이 창피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깨끗한 옷으로

입고 있었습니다. 내가 들어갈 자리가 아닌것 같았습니다. 나는 더이상 그곳에 서 있을 수

없었습니다.

 

        "연수야... 나 그만 가볼께... 미안해..."

         

        "민우야..."

 

나는 연수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뒤로한 채 연수네집을 뛰쳐 나왔습니다. 이런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내 뒤에서 계속 연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대행이와 아이들이 함께

비웃는 웃음소리도 들렸습니다.

욱신거리는 손등을 부여잡고 운동화와 옷에 뭍은 흙탕물을 원망하며 달려나왔습니다.

씨이... 왜 눈물이 나는걸까요... 남자는 우는거 아니라구 했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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