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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아이러브 스쿨~(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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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5-11 ㅣ No.8433

아이러브 스쿨 - #23

 

 

연수네 집에서 뛰쳐나온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방안에 혼자 앉아서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래도 많이 고생해서 연수에게 선물준비를 했는데 아이들은 모두

그것을 보고 웃었습니다. 나는 다른아이들처럼 좋은 선물을 할 수 없습니다.

자꾸만 나를 보면서 웃고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연수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는 도망치듯이 뛰어나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원래 촌놈입니다. 생일파티도 모르고 초대를 받으면 선물을 가져가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우리집이 이런 촌에서 살지 않고 읍내같이 좋은곳에서 부자로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방 한쪽 구석에 앉아있는 내 얼굴 위로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다음주 월요일, 나는 정말로 학교에 가기 싫었습니다. 아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놀릴것이

뻔했습니다. 모두 근사한 선물을 한 아이들 입니다. 학교에 가기 싫어 가방을 챙기는둥

마는둥 시간만 보냈습니다.

 

        "얘... 민수야... 학교 늦겠다. 어서 가거라..."

         

        "네에..."

 

하지만 대답하는 내 목소리는 힘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께 떠밀리듯이 집을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학교로 걸어가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한발한발

떼는것이 힘들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연수에게 선물로 주려고 꽃을 꺽던곳을 지나쳤습니다. 그곳에는 아직

내가 넘저졌던 자리가 남아있었습니다. 진흙 웅덩이에는 깊게 내 운동화 자국이 패여서

아직 그대로 있었습니다.

 

동산 아래로 학교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학교로 내려가기는 싫었습니다.

멀리서 수업시작하는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보통때 같으면 당장이라도 뛰어갔을테지만

나는 풀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잔디위에 벌러덩 누워버렸습니다. 구름가는 모습이 부럽

습니다. 나도 저렇게 학교로 가지 않고 마음대로 떠다닐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참을 누워있다 학교로 내려가는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후문 근처에 도착

했을때 누군가가 후문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연수였습니다.

 

        "민우야..."

 

연수는 나를 확인하자마자 달려나왔습니다.

 

        "연수야..."

         

        "어떻게 된거야? 왜 늦었어? 어디 아퍼?"

         

        "응? 어... 조금 아파서..."

         

        "많이 아파?"

         

        "아냐... 괜찮아..."

 

내가 학교에 오지 않아 연수가 걱정이 됐는지 후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업은 벌써 1교시가 끝나있었습니다. 나는 교무실에서 선생님께서 부르신다는 소리를

듣고 선생님께 찾아갔습니다.

 

        "민우 어디 아프니?"

         

        "네..... 조금....."

         

        "지금은 괜찮고?"

         

        "네....."

         

        "공부하다가 아프면 선생님께 말하렴. 양호실로 보내줄께..."

         

        "네... 알겠습니다"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왁자지껄하던 아이들이 일순간 조용해졌습니다. 모두 나를 쳐다

보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야... 배달. 오늘은 또 뭘 꺽다가 늦었냐? 하하"

         

        "......"

 

대행이가 나를 보자마자 놀리기 시작했지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내가 뭐라고 대답할까 궁금한듯이 쳐다보고 있는것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쥐라도 잡았냐? 하하하"

 

옆에서 보다못한 연수가 나서서 거듭니다.

 

        "야! 조대행. 너 왜 자꾸 민우 못살게 구는거야"

         

        "니가 저 촌놈 마누라라도 되냐? 왜 니가 나서구 그래? 기지배가..."

         

연수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맺히는것이 보였습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대행이에게 달려가서 죽도록 패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연수가 그런 나를 앞에서

가로막았습니다.

 

        "이것 놔... 도저히 못참겠어..."

         

        "참아... 민수야... 그러면 네가 지는거야..."

         

        "그래도 그렇지..."

 

나는 연수가 말리는통에 주먹만 불끈 쥐고 대행이를 노려봤습니다.

 

        "뭘봐? 촌놈주제에... 니가 째려보면 어쩔건데? 공부도 못하는 촌놈주제에..."

 

순간 대행이 옆에 같이 있던 대행이 친구들이 일제히 나를 보고 웃어 제꼈습니다.

나는 화가났지만 앞에서 말리는 연수때문에 대행이와 싸우지는 못했습니다.

 

        "니가 나를 이길 수 있다구 생각하냐? 공부도 못하는게..."

         

        "웃기지마, 너정도는 이길수 있어"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봐..."

 

연수와 일만이가 나를 밖으로 끌고나왔습니다. 더이상 그렇게 있다가는 정말 크게

싸울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운동장으로 나온 연수와 일만이가 나를 걱정스러운듯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야... 니가 참아라... 대행이 저자식은 공부도 잘하잖아..."

         

        "그게 뭐 대수야? 나두 저자식보다 공부 더 잘할 수 있단 말야. 나한테

        한주먹감도 안되는게..."

 

연수가 걱정스러운지 나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하지만 싸우는건 안되. 그럼 대행이를 이길 수 없어..."

         

        "하지만 저자식이 계속 저러잖아..."

 

연수와 일만이가 나를 달래서 겨우 진정을 시킨 후 다시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대행이도

더이상 나를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화가난 내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힘없이 운동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려고 발걸음을 돌렸을때

뒤에서 연수가 나를 부르며 뛰어왔습니다.

 

        "민우야..."

         

        "응?"

         

        "화 풀어... 대행이는 원래 그런애잖아"

         

        "가만히 안둘꺼야... 그자식..."

         

        "안돼... 싸우는건 안되..."

         

        "그런데 연수야..."

         

        "응?"

         

        "내가 공부로 그자식을 이길 수 있을까?"

         

        "공부로?"

         

        "그래. 나도 주먹으로 이기는것보다 공부로 그자식을 납작하게 눌러버리고

        싶어... 그런데 그게 될까?"

         

        "그러엄... 물론이지... 작년에도 우리 같이 공부해서 시험두 잘 보구

        그랬었잖아..."

         

        "그런데 대행이는 반에서 1, 2등하는데..."

         

        "민우두 할 수 있어... 내가 도와줄께..."

         

        "정말?"

         

        "그래... 꼭 도와줄께..."

         

        "알았어... 그럼 나두 해볼께... 공부 열심히 해서 대행이를 꼭 이길꺼야"

         

        "그래.. 역시 민우다운 좋은 생각이야...

         

연수가 옆에서 박수를 쳐주며 활짝 웃었습니다. 그런데 대행이를 이기려면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할것 같습니다.

 

        "그리고 민우야..."

         

        "응?"

         

        "지난 토요일 내 생일날..."

         

        "......"

         

        "난 민우가 선물한 꽃이 제일 좋았어..."

         

        "정...말...?"

         

        "응... 이것봐..."

 

연수가 가방에서 국어책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국어책을 펼쳐보였습니다.

그곳에는 내가 연수에게 선물로 꺽어다준 꽃의 꽃잎이 가지런히 끼워져 있었습니다.

 

        "꽃을 그냥 두면 금방 시들것 같아서 이렇게 오래오래 가지고 있으려구..."

         

        "고마워... 연수야..."

         

        "다른애들은 문방구에서 모두 사온 선물이지만 민우는 직접 준비해온거잖아"

         

        "고마워...."

         

        "내가 고맙다구 해야지..."

 

아까 대행이때문에 눈물이 가득찼던 연수의 눈이 지금은 나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나는 책상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책을 모두 펼쳐들고는

오늘 배웠던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대행... 내가 촌놈이라고? 공부도 못한다구? 어디 두고보자...’

 

나는 대행이를 이겨야 합니다. 나는 공부를 못하는 촌놈이 아닙니다.

그리고 날 위해주는 연수를 위해서라도 대행이를 꼭 이겨야 합니다.

학교앞에서 나에게 환하게 웃어주며 박수쳐주던 연수 얼굴이 생각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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