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울릉도 체험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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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kycshsm] 쪽지 캡슐

1999-04-06 ㅣ No.317

 

토요일     성인봉 - " 대욕(?) 보였슴니더 "

 

 

민박집 아줌아와 뜨거운 포옹을 하고 모든짐을 메고 성인봉을 향했다.

 

성인봉에 어떻게 가냐고 묻는 나에게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고

 

2-3시간 걸린다고 덧붙여 말해주었다.

 

(도동에서 성인봉은 4Km가 조금 넘는다)

 

성인봉 초입에 왠 아저씨가 운전면허 공부중이신지

 

책을 펴놓고 계셨는데 갑자기 방명록을 쓰라고 해서 적는데

 

우리가 그날 처음 등정하는 사람들이였다.

 

산은 거의 60도의 경사였다.

 

정상에 다 달았나 싶었는데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게 되있었다.

 

(성인봉은 봉이 아니라 성인 산맥이였다)

 

1Km 남았다는 푯말과 함께 눈이 보이길에 내친구와 나는 너무 신기해하며

 

'와 4월에 눈이다...'하며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조금 더 가니 설원이 나타났다.

 

70도정도의 경사에 길은 없었으나 다행히 눈에 사람 발자국이 있어서

 

우리보다 먼저간 사람이 있구나 싶어 발자국을 따라 네발로 기어서 걸었다.

 

'정말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기는데 발자국이 없어지는

 

것이였다. 우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한참 서있는데

 

머리 위에서 군인 네명이 우리를 신기하다는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은 입산금지인데 어떻게 왔냐며 길이 위험하니 같이 내려가자는 것이였다.

 

(결국 우리에게 안내를 해준 마을주민들은 최근에 성인봉을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

 

대한의 딸인 나와 내친구는 끝까지 가겠다고 우겼고 결국 그 군인들은

 

가는길을 표시해두라며 혹 무슨일 생기면 구해주러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꼭 4시간 30분이 지난 시각에 도착한 정상은 정말 멋졌다.

 

그러나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까만득한 마음이였다.

 

나리분지쪽으로 내려가기로 마음먹고 가는데 하느님이 보우하사

 

밧줄이 산정상부터 나리분지까지 있어서 쉽게 내려올수 있었다.

 

물론 4Km 넘는 길이였다.

 

나리분지는 17가구가 살고 있는데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평지라

 

분위기 있는 마을이였다.

 

너무 배가 고파서 가게를 찾아서 과자와 커피를 먹는데 과자값은 100원씩

 

더 받고 있었다.

 

연휴첫날이라서 그런지 광장히 많은 관광차들이 나리분지에 와 있었다.

 

가게 아줌마가 천부까지 걸어서 50분정도면 간다기에

 

우린 택시값이 무서워 목숨을 걸고 8시간을 걷고도 5Km를 더 걸었다.

 

물론 가게 아줌마의 말은 틀렸고 우린 또 1시간 30분을 걸었다.

 

하지만 천부까지 가는 길과 동네가 그림 같았다.

 

천부는 섬 뒤쪽중에서 가장 큰 마을인데도 도동이나 저동보다

 

훨씬 더 시골스러웠다.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은후 천부성당에 갔는데

 

성당입구에서 부활초를 팔던 아줌마가 아는척해서 보니

 

나리분지에서 만난 가게 아줌마였다.

 

성당은 도동성당보다 더 조그마하고 사람들이 훨씬 소박했다.

 

다들 망부활미사라고 한복입고 정장을 한 모습이 좋았다.

 

이곳도 신발을 벗는 마루바닥이였는데 도동성당의 의자는 등받이가 있는

 

(우리성당 의자처럼) 의자였는데 이곳 의자는 등받이 없는 그냥 널판지로만

 

되어있는 의자였다.

 

미사중에는 세례성사를 주었는데 작은 마을치고는 22명이나 받았다.

 

가난아이부터 구십이 가까운 할아버지까지 연령이 무척 다양했다.

 

이곳도 도동성당처럼 30대중후반의 아저씨들이 복사를 스셨는데

 

얼마나 어설픈지 실수의 연속이셨다.

 

그러면서 대부까지 겸하셔서 정말 한편의 연극을 보는듯했다.

 

세례성사후 우리 부모님 연배쯤으로 보이는 분들이 혼배성사를 하셨다.

 

그런데 혼배성사후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고, 아줌마는 앞에 앉으시고

 

아저씨는 바로 내뒤에 앉는 것이였다. 내가 거의 끝부분에 앉아 있었는데...

 

또 재미있는건 독서후 제단에서 오른쪽 중간쯤에 앉아있던 아줌마들 네분이

 

벌떡 일어나서 응송을 하는것이였다.

 

아마 아줌마 중창단인것 같았다. 한분이 솔로까지 하시는데 도동성당보다

 

더 웃기는 성가대였다.

 

수녀님이 안계셔서 그런지 신부님이 예식중간에도

 

일일이 설명하시고 정리정돈을 하셨다.

 

어수선하고 조금은 촌스럽지만 나에겐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나와,

 

우리와 함께 계심을 체험한 미사였다.

 

미사후 마당에서 만난 신부님이 우리에게 와서 관심있게 질문을 던지는데

 

한 할머니가 신부님께 다가와서 말했다.

 

"신부님, 어제는 대욕(?) 보셨슴니더"

 

그말이 왜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던지.....

 

 

참, 천부성당은 전망이 무척 끝내준다.

 

우리나라에서 일출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는곳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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