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6월 예수 성심성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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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3-06-19 ㅣ No.2754

어느듯 10여년 세월이 흐른듯 한데 저에겐 잊혀지지 않는 예수성심성월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충청북도 음성군 무극면, 꽃동네에서 겪은 신비로운 밤의 짜릿한 추억....

 

그날밤 별빛은 유난히도 초롱초롱하여 마치 보석처럼 반짝였습니다.

한낮의 뜨거움이 가신 밤 늦게 곷동네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예수성심상 앞에서 오웅진 신부님께서 자정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미사 도중에 신부님은 "내가 심령기도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쓰러질 터이니 곁에 서 계신 분은 놀라지 말고 그 사람을 편히 뉘어주면 기도가 끝날 때 다시 깨어난다"고 하시고 심령기도를 했는데 놀랍게도 그분 손짓에 따라 많은사람들이 팍팍 쓰러지는 거에요.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놀라면서 나는 생각을 했지요. 기도의 힘일까???  아니야.아무래도 체면술 같아?????

함께 간 아내와 답십리 신자들은(10여명이 함께 갔었거든요) 성령의 역사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신앙심이 부족해서인지 체면술로만 여겨지더라구요.

함께 간 이들은 철야기도회에 간다고 성당으로 들어 갔지만 나는 혼자 잠을 자기 위해 우리 일행이 타고 간 봉고차로 갔죠. 하지만 하루종일 태양열을 받은 봉고차 안이 더워서 잘 수도 없었고 또 왠놈의 모기가 그리 많은지....

차 밖으로 나와 풀밭에 누웠습니다.

 

시원한 밤 바람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는 데 갑짜기 이런 생각이 나데요.

"저 멀리 별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또한 저렇게 조그맣게 보이겠지. 점처럼 보이는 저 지구 속에 많은 나라가 있고 많은 도시가 있고 많은 사람이 살고, 그럼 나는 어디 있지? 나란 존재는 우주 속에 점은 커녕 먼지로도 존재하지 않는 다는 말인가?"

그렇게 자꾸 쪼개다보니 나라는 존재가 안 보이더라구요. 아마도 그 순간이었을 겁니다. 나는 참으로 신비한 체험을 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 동안 그토록 아늑한 품 안에 안겨본 기억이 없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토록 황홀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껴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안개 속에 쌓인 듯, 이슬비 속에 갇힌 듯, 포근하고 황홀한 세계! 어쩌면 아직 못가봐서 잘은 모르지만 천국이 그런 세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비로움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감미로움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때때로 그때 그 황홀함이 그리워 여름밤 풀밭에 누워서 별을 보며 다시 그때처럼 나를 쪼개고 쪼개 보지만 그날밤, 예수성심성월 마지막 주일 밤, 꽃동네에서 겪었던 밤의 신비는

느낄 수 없더군요.

어떤 이들은 내가 그 때 "성령체험을 했다"고 하던데 과연 신앙심이 부족한 저같은 주제에 감히 성령체험을 했겠습니까만 내가 겪은 것은 결코 체면술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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