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우리 사랑 이래도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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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reality76] 쪽지 캡슐

2000-07-21 ㅣ No.2755

회사에 한 선배가 애정전선에 권태기를 동반한 채 시쿤둥해 있길래

우연히 기사를 읽은 주임님이  프린트해서 주라기에 전해줬더니

며칠사이에 좋아지더군요..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관계개선을 위해서)

 

 

 

권태가 주는 축복

 

  우울인지, 권태인지 영 사는 재미가 없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어제가 오늘 같고, 모든 게 기계적이고

억지다. 계절 탓만은 아닌 것 같다.

 

  둘째 아이로 배가 불록한 아내, 연애시절의 신선함도, 신비스러움도 가신 지 오래다

화장도 않한 부스스한 얼굴, 퍽 퍼진 모습이다. 아이는 울고, 집은 지저분하고,

권태라면 그래도 괜찮다. 아주 싫증이 날 수도 있다.

연이은 임신, 산고를 치른 아내의 모습에서 낭만적인 구석은 사라졌다.

타성에 빠져 내일이라고 더 나아질 것도 없는 막막함, 모든걸 훌훌 떨치고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다.

 

 

[서양엔 고약한 속담이 있다

’낚은 고기엔 미끼를 안준다’

데이트는 커녕 즐겨 다니던 영화도 이젠 전설처럼 된지 오래다.

권태. 구속. 부담. 회의. 피곤... 귀가가 늦어지고 술이 늘고 짜증이 늘고,

 

여보게 젊은이. 정신 차리게나. 그래 그걸 권태라 치자.

하지만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닐세, 그런 느낌이 한번쯤 들어야 하는 걸세.

생각해 보게 우리 형편에 아내가 연애시절처럼 꾸미고 예쁘게 차려입고 나다니고

다이어트 한답시고 밥알이나 세고 앉았다고 생각해 보게. 자네 그 꼴 봐줄 수 있겠어?

몸매 생각하는라 아기 낳기나 하겠어.

저렇게 잘 키우긴커녕 그져 수더분하게 살림 잘 꾸려준 덕분에 이렇게 안정되고,

자넨 소위 그 고급스런 권태란 것도 맛보게 된 걸세.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지. 권태. 이거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싸구려 기분이 아닐세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만이 가져보는 축복일세. 열심히 살아 그만큼 생활이 안정되었다는 뜻이지. 권태란 안정이 주는 선물일세. 아내가 바가지나 긁고 집구석이

엉망이 되어 보라고 그런 불안정속엔 권태란 기분이 자리잡을 수 없지]

 

 

사람들은 권태가 무료하고 따분하니까 마치 인생이 침체되는 것 같지만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것도 인생에서 참 소중한 경험일것이다. 권태로운 덕분에 인생을 새로 조명해

보고 아내의 새로운 면도 보게 되고. 보다 깊은 정을 갖게 된다.그런 세월을 묵묵히

참고 잘 살아준 아내에게 새삼 인간적인 감동을 느낄 수 도 있을거다.

 

인생에서 그리고 결혼생활에서 권태의 의미는 소중하다. 안도감. 신뢰감의 증거다.

이제 둘 사이엔 크게 갈등도 문제도 없는 균형잡힌 성숙한 관계로 발전된 것이다.

많은 시련과 다툼, 인내와 조정을 거쳐 안정된 관계로 자리가 잡힌 것이다.

아쉽게도 안정은 언제나 권태를 동반한다. 편하고 안정되려면 권태라는 조금은

거북한 값을 치르지 않으면 안된다.

 

 

나와 헤어진 후 그는 오랜만에 장미를 사들고 갔다. 아이를 업고 뜨개질하는 아내의

무릎 위에 놓았다.

"왜요?" 부스스한 얼굴. 아. 그러나 참으로 아름다운 아내였다.

 

                                                       정신과 의사 이시형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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