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참회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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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 중에 쓴 ’참회록(?)’-
껍데기 사랑
써야 한다니 쓰지만 노래할 것이 있는가 이 땅에. 남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이 곳만은 비껴가고 북한산 줄기줄기 어린 서기도 굳어버린 이 땅을 외면한다. 윤동주의 부끄러움도 이육사의 외침도 그대들의 위선 앞에, 내 속의 위선 앞에 의미 없는 한낱 넋두리일 뿐. 견고한 울타리를 세우고 나는 지금 정녕 교육하고 있는가
오로지 너희들 작은 영혼만이 아름답구나. 작은 불씨에라도 매달려 몸을 녹이고 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부끄럽게 하는 너희만이 이 땅의 주인이자 사람이구나.
버려야 하리. 있어야 할 곳에 가지런히 두고, 열기 위해 만든 문마다 자물쇠를 뜯어내고 삶을 노래하고 사랑을 가르치는 나를 배우기 위해 허허로운 가슴을 열어제쳐야 하리.
그리하여 마침내 내 속이 비워져 껍데기만 남으면 우리 아이들, 내 딸들을 덮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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