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게시판

참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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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jhp94] 쪽지 캡슐

2000-09-09 ㅣ No.2862

-여름 방학 중에 쓴 ’참회록(?)’-

 

 

껍데기 사랑

 

써야 한다니 쓰지만 노래할 것이 있는가 이 땅에.

남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이 곳만은 비껴가고

북한산 줄기줄기 어린 서기도 굳어버린 이 땅을 외면한다.

윤동주의 부끄러움도 이육사의 외침도

그대들의 위선 앞에, 내 속의 위선 앞에 의미 없는

한낱 넋두리일 뿐.

견고한 울타리를 세우고 나는 지금 정녕 교육하고 있는가

 

오로지 너희들 작은 영혼만이 아름답구나.

작은 불씨에라도 매달려 몸을 녹이고

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부끄럽게 하는 너희만이

이 땅의 주인이자 사람이구나.

 

버려야 하리.

있어야 할 곳에 가지런히 두고,

열기 위해 만든 문마다 자물쇠를 뜯어내고

삶을 노래하고 사랑을 가르치는

나를 배우기 위해

허허로운 가슴을 열어제쳐야 하리.

 

그리하여 마침내

내 속이 비워져 껍데기만 남으면

우리 아이들, 내 딸들을 덮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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